이번 여름은 진짜 우라지게 덥군,
천재 과학자의 예측이 아니더라도
고장난 에어컨 밑에서 잠을 못 이루면
인류의 종말이 저절로 눈 앞에 어른거리지
지난 봄에는 또 무던히도 아팠지
달아난 잠은 수면제에도 잡히지 않고
출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실수를
머리가 다시 솟아나기를 바라는 대머리의 간절함으로
돌이키고 싶었지 언제나 울음은 어디에도 가닿지 못하고
타인의 울음에 귀를 막고 살아 왔듯
나의 울음마저 웃어젖힐 수 있다면
주머니에 돌멩이를 채우고
강으로 걸어들어간 울프와 같은 강단도 지니지 못했으니
기억할 수도 없고 지울 수도 없는 생의 한 순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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