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혼唱魂
원동우
어쩔 길 없이 나무는 꽃을 밀어낸다
더 갈 데 없는 가지 끝에 꽃들은 피었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낭떠러지에 매달린 어린것들
갓 태어나 어여쁠 때 지는 것이 목메어
바람조차 꽃잎을 건드리지 못한다
나무 밑을 지나다 걸음을 멈춘 비구니가
꽃그늘을 올려다본다 그 얼굴 위로
떨면서 자꾸만 떨면서 꽃들은 몸을 던진다
잔주름이 가득한 비구니 눈가에 눈물인지
독경인지 반짝이는 봄이 흘러내린다
원동우. [불교문예]. 2017 봄호.
- 어린 꽃과 낙화, 또 그 아래를 지나는 늙은 비구니의 대비를 통해 봄의 한 장면을 잘 포착했다. 김소월의 '초혼'이 격정적이라면, 이 시는 나지막하게 죽음, 그것도 봄의 죽음을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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