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저녁 빛
이윤학
비탈밭 고구마를 캐 한 짐
지개에 져오는 아버지 숨소리
멀거니 밀물 든 서해
바라보는 휘는 억새꽃
누진 솔가지 타는 냄새
낮은 산허리 감는 연기
이윤학. [곁에 머무는 느낌]. 간드레. 2024.
* 누진 - 누지다 : 습기를 먹어 축축한 기운이 있다.
- '한 짐'에서 행갈이를 한 것이 고구마의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3행의 '멀거니'라는 다소 생경한 표현도 '밀물'과 어울려 조응을 한다. 억새꽃은 서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휘기까지 한다. 여기서도 어떤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의 저녁연기. 클리세적인 노을이 빠진 것은, 고즈늑하고도 평화로워 보이는 풍경 가운데에서도 먹고 살아가야 하는 삶의 무게를 담아내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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