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호수
손세실리아
제 몸의 구멍이란 구멍 차례로 틀어막고
생각까지도 죄다 걸어 닫더니만 결국
자신을 송두리째 염해버린 호수를 본다
일점 흔들림 없다 요지부동이다
살아온 날들 돌아보니 온통 소요다
중간중간 위태롭기도 했다
여기 이르는 동안 단 한번이라도
세상으로부터 나를
완벽히 봉해 본 적 있던가
한 사나흘 죽어본 적 있던가
없다, 아무래도 엄살이 심했다
손세실리아. [기차를 놓치다]. 애지. 2006.
- 얼어붙은 호수를 소재로 한 시 중 내가 아는 것은 나희덕의 '천장호에서'라는 짧은 시가 있다. 그 시가 죽음 혹은 부재의 극한 상황을 말하고 있다면, 손세실리아의 이 시는 내적 강인함을 추구하고 있다. 깜빡했는데, 이영광의 '고복 저수지'라는 시도 있다. 그 시가 기억에서 떠오르지 않은 것은 내가 그 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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