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컴퓨터의 빈약한 음량에 만족할 수 없어
내 차 오디오의 사양으로도 충족되지 않아
풍부한 음량을 자랑하는 이곳을
세 번이나 찾았으나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좋아하는 노래를 제대로 감상해 보겠다는
소박한 사치가 거듭 좌절을 만나자
나는 비웃어 마지않던 오픈런 족이 되어
문을 열기도 전에 자리에 앉았다
소박한 사치에 어울리게
하이네켄 작은 병 하나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사장님에게 신청을 하자
나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뿐만 아니라
창자의 흔들림마저 이해한다는 미소로
턴테이블에 음반을 놓고 바늘을 살짝 떨군다
요코즈나에 오른 스모 선수처럼 위풍당당한 스피커가
잔잔한 기타의 선율에 플루트를 얹고
이윽고 날카로우면서도 포근한 목소리가
귀를 거쳐 전신을 휘감고 돈다
여기에 베이스와 드럼이 합세하자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 오롯이 나만을 위해 전개된다
천국으로 가는 계단은 오르지 않아도 올라가고
오르가슴이 없어도 그저 황홀할 따름
타성이 되어 버린 좌절로
돌이킬 수 없음을 알기에 더더욱
돌이키려 안간힘을 쓰던 출생을 가만히 놓아준 뒤
나를 비롯해 용서할 수 없는 인간들마저
아무 조건 없이 용서해 줄 수 있을 듯하다
이 모든 것이 7분 58초 동안의 착각에 지나지 않더라도
사랑하였으므로 진정 행복하였네라**는
어처구니없는 말조차 군말 없이 삼킬 듯하다
Loop
*꼬뜨라네 : 대구 상인동의 비어 가든.
**유치환의 '행복' 중 한 구절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에서 '나는'을 빼고 차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