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인폭포에서
--재인의 최후
이런, 이렇게 가는 구나 이것이 진정 끝이 구나 줄 위에 올라선 광대는 추락을 한시도 마음에서 떼어놓지 못하고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정신을 하나로 모으지만 또 언젠가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으리라는 것 또한 간다, 간다, 나는 간다 그 누구도 돌아오지 않는 못하는 알 수 없는 그곳 모두 잘 있거라 줄기차게 떨어져 내리는(추락을 내딛는) 저 폭포처럼 이 추락을(나를) 막아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없는가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아무것도 하려할 필요도 없다는 것 그냥 추락 자체에 온 몸을 내 맡기기만 하면 된다는 것 내가 추락 자체가 된다는 것 부인아, 간다, 간다, 나는 간다 허공을 뚫고 나는, 이 시팔, 찢으며 나는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