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여나 다칠세라
너를 안고 줄 고르면
떨리는 열 손가락
마디마디 에인 사랑
손 닿자 애절히 우는
서러운 내 가얏고여
둥기둥 줄이 울면
초가 삼간 달이 뜨고
흐느껴 목메이면
꽃잎도 떨리는데
푸른 물 흐르는 정에
눈물 비친 흰 옷자락
통곡도 다 못하여
하늘은 멍들어도
피맺힌 열두 줄은
굽이굽이 애정인데
청산아, 왜 말이 없이
학처럼만 여위느냐
정완영. "채춘보". 1969. (196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 이 시는 비참한 현실에 놓인 조국에 대한 애끓는 사랑을 가여금 연주에 빗대에 노래하고 있다. 그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지나치게 애상적인 태도가 좀 아쉽다. 그리고, 운명 공동체로서의 조국이랄까, 자칫 전체주의로 빠질 수 있는 지나친 애국심 등은 현재에 와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해야 할 것이다. 바꿔 말해 국가와 나의 관계가 이 시에서처럼 무조건적인 그런 것이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인 이론적 토대 위에서 말해져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시는 당대의 맹목적인 애국심에 편승하는 위험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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