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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한국현대시

김영랑 --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

by 길철현 2025. 1. 7.

내마음의 어딘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도쳐오르는 아침날빛이 뻔질한 

    은결을 도도네

가슴엔듯 눈엔듯 또 핏줄엔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있는곳

내마음의 어딘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1930년 "시문학"지에 발표

 

- 김영랑의 이 시는 구체적인 의미보다는 리듬감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동백잎이(동백꽃이 아니라) 환기시키는 정서를 "내마음의 어딘듯 한편에 끝없는 / 강물이 흐르네"라고 표현한 것은 흡사 마술의 주문을 떠올리게 한다. 마음에 흐르는 강물, 그것도 끝없는 강물. 구체적으로 와닿는 의미를 찾기는 어려우나, 그렇다고 부정할 수도 없는 정서이고 그 진폭 또한 만만치가 않다. '뻔질한 / 은결'이라는 표현도 쉽게 풀이가 되지는 않는다. 뻔질한은 동백잎의 반질거리는 속성을 상기시키고, 은결은 원래는 물결에 사용하는 용어로 비유지만 앞의 강물과 잘 맞아떨어진다. 가슴과 핏줄은 우리 정서의 핵을 이루는 요소이고, 눈은 그나마 의식과 밀접한 연관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표적인 감각 기관이다. 정서의 환기에 집중하는 그는 급기야 '도른도른'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러면서도 마음은 그렇게 숨어있어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도입부를 반복하면서 시를 끝맺음으로써 리듬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그러니까, 이 시는 동백잎을 보았을 때, 혹은 동백잎 곁에 서 있을 때의 마음을 구체적인 메시지보다는 리듬감에 더 기대어 표현한 작품이라고 할 것이다. 

 

도쳐오르다 : '돋아 오르다'를 '돋쳐 오르다'로 힘주어 말한 것인 듯하다.  도쳐 - 돋쳐/ 돋치다 -- 돋아서 내밀다. 돋다의 힘줌 

  말. 

뻔질한 : 뻔질거리다 : 물건이 몹시 윤기가 흐르다.  '반질거리다'의 센 말인 '빤질거리다'의 다른 형태인 듯. '뻔질한'이라는   

 표현은 시인의 독특한 표현있 듯.

은결 : 은물결. 은파. 

도른도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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