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내 목소리가 크다는 것이다. 자신감이 없을 때는 목소리가 자꾸 기어들어갔는데, 요즈음은 대체로 활력이 넘쳐서 목소리가 크게 나온다. 이건 내 폐활량이 좋은 것과도 관련이 있다. 꾸준한 운동 덕택인지 예전에 풍선불기 게임을 할 때, 다른 사람들이 반 정도 불기도 전에 터트린 경험이 있다. 또 요가 중에 고함을 마음껏 지르는 모가라는 것이 있는데 이 때도 내 목소리는 압도적이다(마음이 답답할 때 있는 힘껏 고함을 한 번 지르고 나면 조금이나마 속이 시원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큰 목소리 때문에 서울의 내 탁구 모임의 현 회장은 내가 말할 때마다 목소리를 낮추라고 성화다. 거기다, 탁구 시합을 할 때면 이 큰 목소리에다 지나친? 화이팅이 결합해 약간의 문제를 일으켜 왔는데, 어제는 이 때문에 리그전 중에 소동이 있었다.
열정적으로 화이팅을 하는 탁구 선수 중의 한 명이 일본의 하리모토 토모카즈이다. 2017년 체코 오픈에서 14살의 나이로 우승하며 최연소 월드투어 개인단식 우승자가 된 하리모토는 뛰어난 실력뿐만 아니라 상대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화이팅으로도 유명하다. 나이가 들면서 그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차원에서인지 몸을 돌려 화이팅을 했다. 거기다, 지난 아시안 게임 개인 단식 4강전 장우진과의 시합에서는 부상으로 다리를 절뚝 거리면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한 마디로 이 젊은 친구는 노구인 나의 탁구 롤모델이다.
내 레슨 코치는 공을 칠 때 기합을 넣는 것 또한 반칙이 아니라고 해서 나는 공을 칠 때에도 기합을 넣어 내 부족한 파워를 보완하려 했고, 최근 들어 이러한 경향이 더 심해졌다. 문제는 선수들이 게임을 할 때에는 단독으로 하거나, 아니면 아주 넓은 공간에서 하기 때문에 아무리 화이팅을 해도 옆 사람에게 별 영향이 없는데 반해, 탁구장에서의 게임에서는 옆 사람들이 깜짝깜짝 놀란다는 것이다(남자고 여자고 이때 흔히 하는 말은 '애 떨어질 뻔했다'이다).
나의 논리는 반칙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껏 화이팅을 해도 된다는 것이었는데, 주변 사람에 대한 배려와 내 경기력 향상 중에서 후자를 택한 것이었다. 하지만, 어제는 이 화이팅이 도를 넘었는지 리그전 때 옆옆 테이블에서 심판을 보든 사람이 참지 못하고 한 소리를 했다(이날 나는 시합전에 지인과 심한 말다툼을 했다. 여기서 자세한 사정을 말할 수는 없으나 그 말다툼은 20년도 더 된 사건까지 소환하는 그런 것이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나는 탁구 시합 내내 소화불량으로 속이 더부룩했다). 지인과의 사건 때문에 화가 차 있었던 나는 그 사람에게도 다가가 항의를 하는 가운데 불쑥 육두문자까지 쓰고 말았다. 주위 사람들의 만류로 물리적인 충돌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좀 위험한 상황이었다.
어쨌거나 그 사건이 있고 나는 화이팅을 마음껏 할 수가 없었고 시합까지 지고 말았다. 시간이 지나 좀 여유가 생기자 나의 지나친 열정과 같이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 등을 조금은 객관적인 눈으로 보게되었던가? 나는 심판을 보던 사람과 관장님에게 사과를 하고, 내 경기력이 조금은 약화되더라도 함께 운동하는 타인들을 좀 더 배려하는 것이 맞겠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탁구 실력을 더 끌어올려 타인에게 거슬리지 않을 정도의 화이팅으로도 승리를 얻어내는 길로 나아갈 것이다.
하루를 여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