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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탁구의 길 22 -- 리그전 라면

by 길철현 2025. 2. 13.

라면의 최고봉은

24시 만화방에서 

계란 반 개 정도 푼

단무지를 곁들여 먹는 라면

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코믹 고행석과 무협 황성을 탐닉하느라

충혈된 두 눈을 잠시 쉴 겸,

혹은 그 와중에도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후루룩 들이킨 그 라면 맛에

나도 엄지척을 여러 번 했다

 

그 천하의 만화방 라면도

리그전 중간에 여럿이 모여 먹는 라면에는

발치에도 닿지 못한다

 

계란 하나 풀지 않은

단무지 쪼가리 하나 없는

순도 백프로의 라면 결정체!

 

간식이요, 한 마디에 라켓을 던지고

세숫대야보다 큰 양푼이로 달려드는 피라니아들

하지만 혼잡은 있어도 혼란은 없다

 

간혹 탁구장 물정을 몰라

게임에 집착하여 세트를 마치고 오는 자들은

운이 좋아야 국물 몇 방울이다

 

참가비 만 원 한 장에 포함된 무료 서비스

종이컵 가득 담은 라면에다

넘치기 일보 직전의 국물

 

여기에 입가심으로

사과 한 조각, 포도 한 알을 곁들이면

미슐랭 파이브 스타도 고개를 떨굴 지경

 

아, 탁구의 길은 멀어도

라면의 행복은 입에서 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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