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의 최고봉은
24시 만화방에서
계란 반 개 정도 푼
단무지를 곁들여 먹는 라면
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코믹 고행석과 무협 황성을 탐닉하느라
충혈된 두 눈을 잠시 쉴 겸,
혹은 그 와중에도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후루룩 들이킨 그 라면 맛에
나도 엄지척을 여러 번 했다
그 천하의 만화방 라면도
리그전 중간에 여럿이 모여 먹는 라면에는
발치에도 닿지 못한다
계란 하나 풀지 않은
단무지 쪼가리 하나 없는
순도 백프로의 라면 결정체!
간식이요, 한 마디에 라켓을 던지고
세숫대야보다 큰 양푼이로 달려드는 피라니아들
하지만 혼잡은 있어도 혼란은 없다
간혹 탁구장 물정을 몰라
게임에 집착하여 세트를 마치고 오는 자들은
운이 좋아야 국물 몇 방울이다
참가비 만 원 한 장에 포함된 무료 서비스
종이컵 가득 담은 라면에다
넘치기 일보 직전의 국물
여기에 입가심으로
사과 한 조각, 포도 한 알을 곁들이면
미슐랭 파이브 스타도 고개를 떨굴 지경
아, 탁구의 길은 멀어도
라면의 행복은 입에서 입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