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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겨울 산

by 길철현 2025. 2. 2.

죽어 널브러진 채
다시 죽어가고 있는 메마른 잎들에
한 번 더 치명상을 가하며
버려진 산길을 오른다
남녘의 하늘은 겨울이 와도
눈 그림자도 보지 못하는데
오르고 또 올라도
도무지 그 끝을 모르는 오르막
계곡물은 애초에 말라버렸거나
얼어 붙은 채 숨 죽이고 동면 중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는 가운데
아련히 새소리 들리는 듯 마는 듯
메마른 바람조차 어디론가 사라지고
점점 더 거칠어가는 숨소리와
발밑에서 들려오는 신음소리만이
이 정적을, 이 고요를 깨우친다
푸른 빛을 여전히 간직한 채 혹은
옷을 훌훌 벗고서 적나라하게 도열한 나무들
침묵만이 유일한 답이란 걸 
태어날 때부터 이미 깨달은 것일까
거칠어만가는 숨소리와
자꾸 무거워지는 다리
고민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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