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순히 봄에게 그 자리를 내주는 건
자존심이 허락치 않는 일이었던가
다시 한번 북극 한파가 몰려와
설핏 잠에서 깨어났던 저수지가
다시 깊은 동면으로 빠져들었다
햇살도 그 힘을 잃어버리고
바람소리 하나 범접하지 못한다
물새들도 모두 달아나 버린
영원한 일시 정지 상태
절대라는 말은 절대 금기어지만
절대 고요 외에 달리 이를 말이 없다
아니, 고요를 너머
절대 무에 다다르고 싶은 것인가
아니, 가늠할 수 없는 두께처럼
실패에 실패를 거듭 더하더라도
낮디 낮은 포복으로 기어서라도
돈오돈수 돈오점수를 훌쩍 뛰어넘는
어마무시한 깨달음을 꿈꾸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