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언어 철학에 관심을 가졌었다.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공부를 중단하고 말았는데, 문득 소쉬르를 다시 공부해 보자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그 생각에 친구가 화답을 해서 스터디를 하기로 했다. 그래서 우선 조너선 컬러의 <소쉬르>(Jonathan Culler - Ferdinand de Saussure)를 읽어나가고 있다. 소쉬르가 인간의 언어관에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왔음을 부인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과 정반대로 그렇다면 그의 언어관이 무엇인가를 어느 정도라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문 듯하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널리 알려진 하이데거의 말처럼 언어는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자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오히려 언어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을 하지 않게 된다. 거기다 문제는 언어에 대한 성찰 역시도 언어로 행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 내지는 모순 상황도 있다.
언어에 대한 성찰을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플라톤의 <크라튈로스>와 만나게 된다. 이 글에서 플라톤은 '이름(혹은 낱말 onoma)의 올바름을 사회적 합의나 동의에 달려 있는 것'(때로는 개인의 의지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으로 보는 헤르모게네스(규약주의)와 '이름의 올바름이 "있는 것들" 각각에 자연적으로 있다', 그러니까 '이름은 합의나 동의에 의해 임의로 붙여지는 것이 아니고, 사물의 본성에 따라 붙여진다'고 주장하는 크라튈소스(자연주의)의 견해를 (일단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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