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시 및 감상/한국현대시

박찬세 - 결투

by 길철현 2025. 3. 12.

 

나처럼 재수 없는 놈이 또 있을까

조퇴하고 당구 치고 있는데

담임 선생님도 당구 치러 오셨다

 

죽었구나 싶은데 

담임 선생님이 뚜벅뚜벅 걸어오셔서 말씀하신다

- 몇 치냐?

차마 250이라고는 말할 수 없어서 150이라고 거짓말했다

 

선생님은 한 게임 치자며 200을 놓으신다

그리고 한 말씀 더 하셨다

- 내가 이기면 넌 당구장 다신 오면 안 돼

- 제가 이기면요?

내가 물었더니

- 그때는 니가 하고 싶은 대로 해

 

…… 

게임이 끝나고 선생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지금 생각해도 스리쿠션을 한 번에 뺀 거는 잘못한 일이다

그건 분명히 실수였다

 

[감상] 이 시에서 우리는 아버지(여기서는 선생님으로 전치되어 있다. 아버지의 위치에 해당하는 인문을 생각하면 될 듯)를 넘어서는 한 장면을 상징적으로 볼 수 있어서 통쾌함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 두 행 '지금 생각해도' 이하는 그 통쾌함을 한 번 더 상기하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