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출간하고 한 달이 지났다.
시국도 어수선하고 불경기라 가게는 문 닫지 않고 버티면 선방하는 것이고, 상품들도 잘 팔리지 않는다. 서적은 더 말할 것도 없는데, 그중에서도 시집은 현실주의자인 친구가 출판을 극구 반대한 것처럼 팔리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이다.
그래도, 난 자비 출판을 밀어붙였다. 실패와 좌절이 많았던 내 삶에 책 한 권이나마 내지 않고 떠난다면 억울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가? 흩어져 있는 시들을 책의 형태로 묶는 것은 나름 의미 있는 일이라는 또 다른 친구의 권유가 디딤돌 역할을 했던가?
일반 서점에는 나가지도 못하고 인터넷 서점에서만 판매하는 내 시집은 예상했던 대로 소식을 들은 지인들이 몇 권 구입하는 정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딱지 만한 한국도 실제로는 5천만이 넘는 엄청나게 너른 바다이고, 내 몸짓은 바다에 떨어진 빗방울 하나에 지나지 않는 듯하다.
대신에 나는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동생들과, 중고등학교 친구들, 그리고 같은 탁구장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탁구 동호회 회원들에게 각종 선심을 쓰며 책을 구입해 줄 것을 압박했다. 그 외에 은사님들을 비롯 책을 보내야 할 곳에도 책을 보냈다(아직도 보낼 곳이 많이 남아 있다). 그런데, 예상외로 많은 사람들이 나의 시집 출간을 축하해 주었으며 기대 이상으로 책을 많이 구입해 주었다. 뜻밖에도 전혀 상관이 없는 분 중에서 시집을 구입해 주신 분도 있었다. 거기다 시인 한 분과 친구 한 명은 과분할 정도로 내 시집을 칭찬하는 서평도 써주었다.
어차피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여 낸 것이 아닌 다름에야 책 출간을 기회로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좀 더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 와중에 내 시를 좋아해 주는 분이 있다면, 또 2쇄라도 찍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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