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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한국현대시

김소월-- 접동새

by 길철현 2025. 4. 11.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읍니다.
 
누나라고 불러보랴
오오 불설워
시새움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읍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던 오랩 동생을 
죽어서도 못잊어 참아 못잊어
야삼경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산 저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배재>2호. 1923년 3월/ <진달래꽃>. 1925년. 매문사.
 
<감상>
접동새는 두견(이)의 우리말 이름이다. 두견과 소쩍새는 다른 새이지만 중국과 우리 전통 시(가)에서는 구분을 하지 않았다(자연과 거리가 멀어져 이 새도 필자는 잘 모른다. 오늘 아침에 본 잿빛 새가 설마 접동새는 아니겠지?). 두견 혹은 소쩍새를 소재로 한 대표적인 현대시는 서정주의 '귀촉도'일 것이다(이 시는 예전에 외우기도 했는데 다음번에 다시 한 번 살펴봐야겠다). 김소월의 '접동새'는 발표 당시에는 제목이 '졉동'이었으며, 시집에 실을 때 시의 뒷부분을 일부 수정하였다. 설화를 시로 재구성한 이 시는 단순하면서도 외부의 힘에 의해 죽게되고 새로 환생한 다음에도 혈육의 정을 못잊어하는 모습('죽어서도 못잊어 참아 못잊어'라는 구절의 애절함)을 잘 형상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 시와 이 시의 배경이 되는 설화를 통해 자연 대상을 소재로 이야기를 생성해내는 인간의 특성 또한 엿볼 수 있다.   
 
 
<어휘 풀이>
접동새 : 두견(이)
진두강 : 1) '나루 머리' 즉 '강나루'
              2) 평안북도 박천에 대정강(또는 대령강)이라고 불리는 청천강의 북쪽 지류
아우래비 : '아홉오래비'의 줄인 말. (오래비 : 오빠의 사투리이나, 오래비(혹은 오라비)는 남동생을 가리키기도 한다)
불설워 : 평안북도 정주 방언. 불쌍하고 쓸쓸한 정경이 사람의 마음에 깊은 느낌을 주는 경우에 '불써러이'라는 단어를 사용. 
오랩 동생 : 오래비. (오래비에 남동생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서는 동생을 덧붙여서 의미를 더욱 분명히 하고 있다. 운율과도 관련이 있을 듯하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참조]
 
- 배경 설명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 인용)
이 시는 평안북도 지방에 전해져 오던 민간 설화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김소월이 어렸을 때 숙모 계희영이 이 설화를 들려 주었다고 한다. 계희영의 회고에 따라 설화의 내용을 정리하면, ‘옛날 평북 박천의 진두강 가에 살던 한 소녀가 부모와 아홉 명의 남동생을 데리고 살았다. 어느 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의붓엄마를 얻었는데, 계모의 성질이 흉포 잔인하여 10남매를 매일 구박하였다. 세월이 흘러서 소녀가 부잣집 도령과 혼약을 하게 되었는데, 이를 시기한 계모가 약혼 예물을 빼앗고 소녀를 불에 태워 죽였다. 아홉 동생이 죽은 소녀의 재를 헤치며 슬피 울자, 재 속에서 한 마리의 접동새가 날아올랐다. 누나의 혼이 접동새로 환생한 것이다. 접동새는 계모가 무서워 대낮에는 나오지 못하고 한밤중에 날아와 동생들이 자는 창가에서 목 놓아 울었다’고 한다. 김소월의 고향인 평안북도 지역에서 채록한 '계모와 9형제와 누이 설화'가 『한국구전설화 평안북도편 1』(임석재 편, 평민사, 1987)에 전한다.
 
*김대행 - 김소월의 '접동새' -- 민요시의 정체 (<한국 현대시 작품론>. 김용직*박철희 편. 문장)
106) 7*5조 율격 -- 개화기 이래 일본에서 전래. 
108) 7*5조의 시행 가운데 4보격의 요소가 잠재해 있다고 해서 7*5조의 모든 시행이 반드시 4보격으로 머물러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단 4보격으로서 전통율격과 접합하는 여과 과정을 거친 다음에 7*5조는 3보격으로서의 형태적 특성을 갖춘 것으로 보고 그것이 현대시에 3보격이라는 새로운 정형을 도입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김소월은 &*5조를 통한 전통율격의 수용과 변용에 기여한 시사적 의이를 갖는 시인이다. 
110) aaba (청산별곡, 나는 왕이로소이다)
112) 한이라고 하는 전통적 정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심선옥)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71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