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에 병호의 소설을 다 읽었어. 전체적으로 흥미로운 점과 보완해야 할 점이 동시에 눈에 띄네. 먼저 대중 음악을 주 테마로 해서 한 인물과 그 주변 사람들의 삶을 꽤 긴 호흡으로 엮었다는 점에서 다른 소설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시도라는 생각이 드네. 그렇긴 하지만 1) 영석이 운정 호수공원을 걷다가, 그 다음엔 구석기 시대 유물관을 보는 현재라는 시점에서의 전환이 좀 매끄럽지 못한 면이 있는 것 같아. 내가 그 전환을 놓쳤는지도 모르겠지만. 2) 주인공 채영석이 뇌경색으로 일종의 기억 상실에 걸려 있다는 점(자신의 이름조차 떠올리기 힘들다는 점)과, 그의 과거가 펼쳐지는 부분을 그의 기억으로 볼 때 생기는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가? (자신의 이름조차 모르는데 그의 전 과거를 다루고 있다는 점. 물론 뒤에 가서는 기억을 회복하지만.) 3) 현재의 그에게 전화가 계속와서 그의 상황을 좀 더 잘 알게 해주는 방식이 단조로운 느낌을 준다는 것 4) 영석의 아버지가 소크라테스를 읽어라, 라고 하는 것은 의도된 것이 아니라면 명백한 오류 5) 영석이 집을 나와 대학 중퇴의 상황에서 막노동과 전기일로 생활을 하는 것과, 그가 가진 사상이 지식인의 그것이라는 데서 오는 괴리. 영석이 어떻게 혼자(아니면 어떤 경로로) 공부를 이어나갔는지에 대한 부연 설명이 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6) 독재정권의 앞잡이?이긴 하지만 국무총리까지 한 영석의 아버지가 너무 피상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영석과 아버지의 갈등을 좀 더 정교하게, 그리고 어려운 일이긴 하겠지만 아버지가 악인일 지언정 나름대로의 탄탄한 논리를 지닌 인물이라면 더욱 핍진성이 있을 듯. 자칫 두 사람의 관계는 멜로드라마적인 것으로 흐를 위험이 있어 보임. 7)5번과 연결되는 것인데, 영석은 그 배경에서는 저자와 완전히 다른 인물이지만, 그의 세계관에서는 너무 저자와 밀접해 보임. 등이 나에게 든 의문이었어.
두서 없이 생각이 나는 대로 몇 자 적어 보았다. 긴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써 본 사람만이 알 듯한데. 꼼꼼하게 읽지도 않고 막 말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글을 완결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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