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해석]을 읽고
(덧붙이는 말 - 이 글은 프로이트의 저작으로는 두 번째 읽은 [꿈의 해석]에 대한 감상문이다. 감상문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번역의 문제점과 내용의 난해함 때문에 굉장히 고전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 당시(1989년) 나는 두 권의 국역본을 가지고 있었는데,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였던 장병길(을유)이 번역한 것과 연세대 교양학부 강사였던 김대규(동서)의 역본 중에서 처음에는 장병길의 것을 읽다가, 김대규의 것으로 바꿔서 끝까지 읽은 것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2007년에 석사 논문을 쓰면서 이 책을 다시 한 번 더 읽었다. 그 때는 "열린책들"에서 나온 프로이트 전집에 실린 것으로 읽었는데, 명백하게 기억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번역이 그래도 괜찮았던 듯하다. 그러다가 작년에 최병건의 [프로이트 리딩] 강의를 들으면서, 이 책의 핵심부분이자 가장 난해한 7장을 제임스 스트래치의 영어 번역으로 읽고 - 국역본을 참조하면서 - 강의도 들었는데, 프로이트에 대한 나의 이해가 여전히 피상적이고 공부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적실하게 깨달았다. 그리고 프로이트를 제대로 이해를 하려면 무엇보다도 그의 생각의 맹아들을 담고 있는 [과학적 심리학 초고](Project for a Scientific Psychology)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요즈음의 글들이 예전의 글들보다 더욱 난해해졌기 때문에 프로이트는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으나, 프로이트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도 사실은 지난한 작업이라는 것을 [프로이트 리딩]을 하면서 느낀다. 그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것은 당연히 프로이트의 어려움과 함께, 나의 개인적인 능력의 한계, 그리고 좀 더 심도 있고 꾸준한 공부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석사 논문과 마찬가지로 박사 논문도 정신분석적 관점이 핵심이 될 것이므로, 논문을 제대로 쓰려면 일단 프로이트를 어느 정도나마 체화해야 한다.)
어떤 일이[에] 있어서든지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던지 하는 것은 그 일을 가볍게 대하지 않는다는 말과 (즉 진지하게 대한다는 말과) 일맥 상통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프로이드가 이 책을 다 써 놓고도 일년 이상이나 기다렸다는 점이나 8번에 걸쳐 책을 개정했다는 사실이 그가 얼마나 주의를 기울여 이 책을 썼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나는 우리 나라의 번역 작업을 통열[렬]히 비판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것은 비단 이 책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부분이 부지기수인가 하면, 문장 구조를 분석해 볼 때 문법적으로 전혀 맞지 않는 부분도 다수였다고 하는 점은 우리 나라의 번역 문화가 얼마나 뒤떨어졌는가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었다. 앞으로 많은 청년 학도들이 나와서 뒤떨어진 번역 문화를 끌어올리는데 많이 힘써야 하리라.
(덧붙임 - 번역의 문제는 비단 이 책만이 아니라 정말 다수의 책에서 발견되는 문제였다. 그 중에서도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종의 기원]의 번역이었다. 누구라고 굳이 이름은 밝히지 않겠으나 군대 시절 원문과 대조해 읽어보니 정말로 엉터리였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좋은 번역들도 많이 나와서, 책을 읽는 것이 다소 수월해졌다. 박종현이 번역한 플라톤의 [국가/정체], 정명환 번역의 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 등이 지금 머리에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예이다.)
[정신 분석 입문]이 일반인들에게 정신 분석을 소개하기 위해 썼다고 한다면 이 책은 [꿈]이라는 우리가 매일 밤마다 경험하는 현상 - 그것을 기억하던[든] 않하던[든] 간에 -에 대해 심층적으로 파헤치고 있어서 어렵다. 책 내용의 반이라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면 다행이라 하겠다. (이 말과 앞의 말 - 의미를 알 수 없다 -은 다른 견지에서 보아야 할 것이다.)
[꿈]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잠을 방해하는 요소가 아니고, 잠을 지속시키기 위한 수단이며 억압된 소망의 충족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밝혀내었다는 것 만도 이 책이 이룬 업적은 대단한 것이라 하겠지만, 이 책의 보다 중요한 업적은 우리 인간의 심적 현상이 그 때 까지 알려져 있듯이 의식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 의식을 받치고 있는 무의식이 있음을 밝혀낸 것이라 할 것이다.
프로이드가 정신 분석을 창안한 이래로 10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현대 정신 병리학에서 [정신 분석학]의 위상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전해 들은 바로는 현대 정신 병리학은 정신 분석학이라 할 정도로 중요한 위치라 한다. 아니 이 정신 분석은 정신 병리학 뿐만 아니라 현대의 모든 생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의 인간은 고도의 기술 문명에 대한 기대와 핵 무기에 의한 위협, 환경의 오염이 가져다 줄 파국에 대한 불안이 교차하는 시점에 살고 있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자기 나름의 견해를 피력하긴 하였지만 적확하였다고 할 순 없다. 프로이드의 이 책도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그가 책을 맺으면서 한 다음 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으리라.
"인간의 성격이라는 것은 사방을 언제나 역동적으로 유동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것이며, 우리의 켸켸묵은 도덕설이 좋아할 선이냐, 악이냐 하는 식의 양자 택일로는 좀처럼 처리가 되지 않는 것이다." (1989)
(덧붙임 - 프로이트는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대 원칙에 "쾌락 원칙"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그것이 위에서 말하는 "욕구"(wish)의 충족이다. 그는 이 책에서 꿈이라는 것이 이 원칙 위에서 전개된다는 것을 집요하게 설명하려 애쓴다. 그런데 노년에 들어선 프로이트는 "반복 강박"이 갖는 중요성에 주목을 하게 되고, 그래서 "죽음 욕동"을 제안한다. 즉 우리의 꿈 중에서 트라우마적인 상황을 반복하는 것은 "욕구"의 충족보다 선행하는 "반복 강박"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쾌락 원칙을 넘어서]에 나와 있다.)
[석사 논문을 쓰면서 그리고 쓰고 나서도 나는 계속 프로이트를 읽어 나갔다. 2007년에 다시 한 번 이 책을 읽은 소감을 적은 것이 있어서 그것을 옮겨 본다. 프로이트는 이 책의 7장에서 자신의 이야기의 이론적 배경을 설명하는데, [프로이트 읽기] 스터디를 하면서 설명을 듣고 집중적으로 배우긴 했어도 여전히 난해했다. 다시 한 번 도전해 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꿈의 해석, 김인순 (071227)
번역된 책의 난해함은 대체로 두 가지에서 기인한다. 우선 첫째는 원전 자체의 어려움 때문일 것이고, 둘째는 번역상의 오류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책을 읽고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꼼꼼한 책읽기’가 무엇보다도 요청되는 것일 텐데, 요즈음의 책읽기는 건성으로 행해지는 그러한 경우가 많다. 이것은 책읽기의 타성이나 게으름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또 더 나아가자면 내 자신의 능력의 부족 문제이기도 하다. (책을 빨리 읽는데 급급하지 말고, 최소한의 정리는 하면서 읽어나가야 할 것이다.)
프로이트의 주저인 [꿈의 해석]의 2독을 마쳤다. 많은 부분을 놓쳤고, 많은 부분은 내 이해 능력의 밖이었다. 그러나, 꿈이 우리 무의식에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라는 것. 그리고, 꿈을 꿈-사고와 꿈-내용으로 나누어서, 궁극적으로 우리가 꿈의 해석을 통해 꿈-사고에 도달할 수 있다면 나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그것을 통해 바람직한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 혹은 망상?) 정도는 분명히 깨달았다.
프로이트의 생각이 많은 부분 흥미롭고, 그를 통해 세상을 보고 싶기도 하지만, 그 또한 인간의 위대한 정신 중의 하나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직시하고, 나의 인생 공부를 지속해 나가야 한다. 좀 더 체계적인 공부가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