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헬름 옌젠의 [그라디바]에 나타난 망상과 꿈
*억압된 것은 어느 날 외부의 충격을 받아 그에 상응하는 정신적 결과들을 보이게 되는데, 이 결과들은 망각된 기억이 변형된 것이거나 그 잔존물들인 것이다. (217)
*억압상태에 있는 정신은 억압된 것이 접근할 때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경미하고 사소한 유사성만 주어져도 억압된 것이 억압하는 심급의 배후에서 바로 그 억압하는 심급에 힘입어 다시 활동적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19)
*표면적인 꿈속에 나타난 눈에 보이는 전체에 연연해 하지 말고 내용의 모든 부분을 분리해서 고려하고 각 부분이 어떻게 해서 꿈꾸는 자의 인상들과 기억들과 자유연상들에서 연유하는지를 찾는 것, 이것이 꿈의 해석이 일러주는 해석의 테크닉이다. (267)
*작가와 의사는 같은 샘물에서 물을 긷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고 방식은 다를지 몰라도 같은 대상을 다루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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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디바]에 관한 연구에 힘입어 정신분석은 무의식 형성의 몇 가지 방식--작품 속에는 이것의 흔적이 변형된 상태로 남아 있다--을 결정지을 수 있었던 사건을 예술가의 전기에서 찾아내려는 길로 접어들었다. . . . 그러나 우리가 연구하는 대부분의 예술가는 이미 죽었으며, 따라서 우리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은 그들의 전기는 그들의 무의식에 영향을 끼칠 수 있었던 사건에 관하여 우리에게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109) 막스 밀네르, 프로이트. . .
*우리가 이 시론을 읽음으로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은 무엇보다도 몇몇 세부 사항의 창안이나 전체의 구성을 지배하는 듯한 환상 또는 자의성 뒤에서 우리가 일종은 깊은 필연성을 느낀다는 사실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110) 밀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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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젠의 그리 유명하지 않은 작품을 분석한, 그래서 작품보다도 그 분석이 더 유명한 이 글은, ‘억압된 것’이 어떻게 ‘기억의 전면’에 떠오르는가를 정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글은 특히 『워더링 하이츠』의 ‘록우드의 두 꿈’(록우드의 두 꿈은 해석이 보다 어렵다.)에서 ‘꿈의 분석’을 시도해본 나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글의 일부가 작품 속의 꿈을 자세하게 분석한 것이라는 점에서 특히 그러하다.
주인공이 ‘그라디바’라고 이름붙인 고대의 부조물이 사실은 어린 시절의 연인이었던 ‘베르트강’으로 향하는 주인공의 마음이며, 그것이 현명한 여주인공 조에 베르트강과 우연의 도움을 받아 행복한 결말에 이르게 된다는 줄거리의 작품 속에 담긴 여러 가지 무의식적인 암시들을 절묘하게 풀어내고 있는 프로이트의 솜씨는 다만 감탄스러울 따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근본가정에 대한 물음을 버려서는 안 된다(그가 우리를 어떤 틀안에 가두는 것은 아닌가?--현상에 대한 해석작업에서 정신분석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논리를 취하는 것이 그 철학적․과학적 근거 자체를 의심케 하기도 했다. 포퍼와 비트켄슈타인과 사르트르의 비난은 이런 면에서 귀기울일 만한 것이기도 했다(331-2, 정장진의 지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