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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테 자매들

샬롯 브론테 - 빌레트 [Charlotte Bronte - Villette](1853)

by 길철현 2016. 10. 18.

(줄거리)

부모님이 중병에 걸려(한 쪽이 혹은 두 분 다) 거의 고아가 되다시피한 Lucy Snowe가 친척이자 대모인 Bretton 부인의 집에서 지내고 있는데, 브레튼 부인과 친교가 있는 호움즈 씨에게 사정이 생겨 그의 어린 딸, 폴리나가 와서 같이 지내게 된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지나친 애정을 보이고, 아버지와 헤어지자 그 애정을 브레튼 부인의 아들인 그레엄에게 보인다.

집으로 돌아온 루시는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의지할 곳이 없다. 그래서 이웃에 있는 마치몬트 부인의 병간호를 하면서 그녀의 시중을 든다. 괴퍅한 노인이라는 사람들의 이야기와는 달리 마치몬트 부인은 인간적인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녀도 죽고, 또다시 루시는 혼자가 된다.

북극광(Aurora Borealis)을 보고 뭔가 계시같은 것을 느낀 루시는 런던으로 갔다가, 다시 대륙으로 가는 배를 탄다. 그녀가 대륙행을 결정한 것은 이미 자신이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는 처지(I had nothing to lose)라는 비장감이기도 하지만, 또 누군가가 대륙에 가면 아이들의 보모 노릇을 하며 영어를 가르치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으리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 배에서 루시는 지네브라 팬쇼라는 여학생을 만나, 그녀의 말을 좇아 빌레트로 향하게 된다. 그녀는 여행 도중에 가방을 잃어버려 곤경에 빠지는데, 이때 영국 신사가 나타나 그녀를 도와주는 데, 나중에 그 사람이 어릴 때 알던 그레이엄 브레튼으로 밝혀진다.

마담 베끄의 기숙학교에서 마담의 세 딸을 돌보며 영어를 가르치던 루시는 일 순간에 영어 선생으로 발탁되어 학생들의 영어를 가르치게 된다. 마담 베끄는 유능한 교장이지만, 학교를 이끌어 나가는 방편으로 감시와 스파이 행위(?)라는 독특한 방책을 쓰기도 한다.

배에서 만난 지네브라는 상당한 미인으로 이지도르(닥터 존, 그러니까 그레이엄으로 밝혀짐)라는 남성과 아말 대령으로부터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학교 공부에 관심이 없으며, 남을 배려할 줄도 모르는 성격이라, 번번히 루시를 괴롭힌다. 그런데도 루시는 이 지네브라와의 관계에서 잘 벗어나질 못한다. 닥터 존은 마담 베끄의 연모의 대상이 되어, 금남의 집이라 할 수 있는 이 여자 기숙학교에, 진찰을 핑계삼아 여러 차례 드나 든다.

마담 베끄의 생일을 기념하여 축제가 벌어지는데, 루시는 몸이 아픈 학생을 대신하여 졸지에 보드빌 극의 한 역을 맡게 된다. 이 일로 뽈 엠마누엘 선생과 루시는 서로를 좀 더 이해하게 된다. 엠마누에 선생은 루시의 내면에 있는 열정을 꿰뚫어 본다.

방학이 되자 루시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게 되고, 자신의 삶의 외로움과 정신적인 공허감을 절감하게 되어 병에 걸린다. 그녀는 마음의 괴로움을 씰라스 라는 신부에게 털어 놓고 돌아오다가 그만 정신을 잃고 만다.

루시가 정신을 차린 곳은 우연찮게도 브레튼 부인의 집이다. 그녀는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알고보니 브레튼 부인도 영국에서 이곳으로 이사와 있다. 그리고 루시는 이왕에 닥터 존이 어릴 적 알고 지내던 그레이엄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브레튼 부인의 집에서 지내는 동안에 루시는 정신적인 공허감과 외로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게 된다.

닥터 존은 지네브라의 미모에 눈이 멀어 그녀의 결점을 보지 못하나, 자선 콘서트에 갔다가, 그녀가 자신의 어머니를 비웃는 것을 보고는(또 바로 이전에는 그녀와 아말 대령이 보통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자신의 미망에서 벗어난다. 루시는 닥터 존이 자신의 사랑에 전혀 보답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에 대한 사랑은 커져 가기만 한다. 닥터 존은 루시가 기숙 학교로 돌아가자 그녀에 대한 따뜻한 애정으로 편지를 보낸다. 그런데, 이 편지가 뽈 엠마누엘의 질투를 폭발시킨다. 그가 루시를 어느 정도 좋아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가 보이는 질투심은 상식을 뛰어넘는다. 뽈은 굉장히 다혈질 적이면서도, 굉장히 지적이고, 또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다.

닥터 존과 공연을 보러간 루시는 거기서 엄청난 충격을 받는데, 공연이 막바지에 이르자 불이나고, 아가씨가 한 명 다치게 된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녀는 폴리나였다. 두 사람이 점점 더 사랑하는 관계가 되자, 루시는 닥터 존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자신이 즐겨찾던 산책길의 나무 밑에 묻음으로써, 그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매듭짓는다.

뽈 선생이 생일을 맞이하게 되어 사람들이 그에게 꽃을 선물한다. 루시는 그에게 주려고 시계줄을 짰는데, 그만 오해가 생겨 전달하지 못한다. 그러나 나중에 오해는 풀리고, 루시는 뽈이 다혈질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위해 그녀가 읽을 책을 몰래 가져다 놓곤 하는 등 마음을 썼다는 것을 깨닫게 됨으로써 두 사람은 훨씬 더 가까워 진다.

이 후에도 두 사람은 점점 더 가까워 지고, 루시는 사랑의 행복감에 젖어 드는데, 뽈이 자신이 갑자기 외국으로 떠나면 어떡할 거냐고 물어서 그녀를 울게 만든다. 마담 베끄와 씰라스 신부, 마담 발라벤스 등의 방해 공작으로 점점 어려운 지경에 처하게 되는데, 뽈 마저도 그녀와 자신과의 종교적 차이 때문에 한 동안은 그녀를 피한다(그의 이러한 행동은 주위 사람의 압력이 크다.).

닥터 존과 폴리나는 결혼을 하고, 루시는 뽈이 외국으로 나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마담 베끄로부터 받게 된다. 루시는 뽈과 단 둘이 만날 기회를 노리지만, 베끄 부인의 방해로 실패하고, 또 외국으로 떠나기 전날 밤에 오겠다는 전갈이 있었지만 웬일인지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다. 잠을 이루지 못하던 루시는 베끄 부인이 준 진정제를 먹고는 오히려 더욱 잠이 안 와 거리로 나갔다가 우연찮게 뽈 선생 일행을 만난다. 이미 떠났어야 할 뽈 선생을 만난 루시는 의구심에 사로잡히고, 뽈이 일행 중의 한 여자 쥐스띤느 마리라는 여자와 결혼할 것이라는 추측을 한다. (루시의 추측은 약간은 억측이고, 비논리적인 것 같기도 하지만, 그녀의 정신적인 흥분과 불면을 생각해 볼 때는 또 이해가 가능하기도 하다. 상당히 혼란스러운 부분이다.)

이 날 밤 학교로 돌아온 루시는 이미 몇 차례 보았던 유령을 보게 되는데, 누군가가 이 때까지 수녀 복장을 입고 장난을 친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다음 날 지네브라가 실종되어 학교가 발칵 뒤집혀 지는데, 알고 보니 그녀는 아말 대령과 사랑을 도피행을 한 것이었고, 유령은 아말 대령이 이 여학교로 들어오기 위해 방편으로 이용한 것이었다.

뽈 선생은 루시를 위해 기숙 학교를 마련하느라 그동안 분주히 다녔던 것이다. 그는 루시에게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한다(Lucy, take my love. one day share my life. Be my dearest, first on earth. --p503). 그러나 결말 부분은 그가 타고 돌아오던 배가 난파된 것으로 추측하게 하는 상황으로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