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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여는 말

(161123) 모든 것은 언어다

by 길철현 2016. 11. 23.


인간에게 언어를 빼고 나면 남는 것이 무엇일까? 나는 '모든 것은 언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언어의 의미를 강조하기도 하는데, 내가 이 말에서 의도하는 바는 지극히도 당연한 말이지만, 언어화되지 않은 부분은 아직 말하지 않은 부분이고, 굳이 비유적으로 - 혹은 언어적으로 말하자면 미지수나 침묵이 되는 것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프로이트로부터 출발된 정신분석학에서는 인간 정신에서 무의식이 갖는 중요성을 부각시켰는데, 이 무의식이라는 것을 언어 현상과 밀접한 것이거나(라캉의 말을 빌자면,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있다), 또는 언어 현상 자체(라캉의 앞의 말을 다르게 해석하면, 언어로 구조화되어 있다)로 보기도 한다. 니체의 영향을 많이 받은 마루야마 게이자브로는 [존재와 언어]라는 책에서 인간을 '언어 구분'된 존재로 보았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본다면 인간에게 있어서 - 이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현상이다 - '언어가 갖는 힘'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고, 나를 어떤 언어로 채우는가? 혹은 원초적으로 나는 어떤 언어를 내 정신에 지니고 있는가?가 나의 삶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이다.


처음에 펜을 들었을 때 쓰고 싶은 이야기에서 또 삐끗하고 말았는데, 인문학을 전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더욱이 부각되지 않을 수 없다. 글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은 자칫 목전에 아무런 이익을 가져다 주지 않는 무용한 행위로 비칠 수도 있으나, 그것은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수련의 한 부분이 된다.


이런 점에서 글을 읽는 작업이 내 정신을 외부의 언어로 채우면서 내 정신이 이미 갖고 있는 언어와 교감을 하게 하는 것이라면, 글을 쓰는 것은 내 정신의 언어를 외부로 표출하면서 동시에 나의 언어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불교를 비롯하여 여타 다른 종교에서 참선이나, 명상, 기도 등이 강조되는 것은 내 정신을 채우고 있는 언어들을 인식하기 위한 노력 - 내 안의 언어들에 가닿으려는 시도라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정신분석에서는 이 과정이 분석 상담을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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