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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여는 말

(161122)경포호

by 길철현 2016. 11. 22.


예정에 없는 여행길에 나서 어느새 경포대에 와 있다.

대통령이기에 앞서서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 있듯이,

나 역시도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기에 앞서 남자로서의 사생활이 있다.


날이 아직 밝지도 않았는데

꾸준한 파도 소리(무한반복이란 이 파도를 두고 하는 말이리라) 위로

갑자기 민박집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요란하다.

혹시나 해돋이를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어젯밤에는 걸어서 경포호를 한 바퀴 돌았다.

호숫가를 둘러싼 호텔과 상가들의 불빛들이 아름답게 빛났고

한 시간이 조금 넘게 걸리는 거리도 산책 코스로 적절했다.


오후에 들른 정동진의 거대한 모래시계는

그 안에 든 모래가 다 떨어지는데 꼬박 일년이 걸린다고 한다.

(시간이라는 개념을 유포한 자들은 누구인가?

우리를 시간의 노예로 만든 자들은 누구인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슬픈 열대]에 나오는 남미의 부족은

우리와는 뭔가 다른 시간 개념을 가지고 있다고 한 것도 같은데.)


멀리서 푸르게 일렁이며 다가와서는

물이 끝나는 지점 인근에서

하얗게 부서지며

또 바위 같은 곳에서는 하늘로 솟구치며 비산하는 파도

언젠가는 나는 저 파도를 이름모를 야수라고 불렀었지.


글을 쓰는 사이에 비가 잦아 들었다.

새벽 바닷가에 나가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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