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외가에 머물면서 이모로부터 한글을 배웠던가? 어쨌거나 한글을 깨친 다음부터 책을 읽는 것은 대체로 즐거움이었고, 삶의 의문에 대한 해답을 안고 있는 듯이 보였다. 나이가 들면서 어떤 책들은 마치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는 것처럼 굉장한 지력과, 예비적인 훈련과 엄청난 인내력이 없이는 읽을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또 영문학을 전공하다보니 영어로 책을 읽는 경우가 태반인데 외국어 능력 역시도 생각처럼 향상이 쉽지 않았다.
책을 읽는 일에 비해 글을 쓰는 훈련은 참으로 부족했던 것이 나의 상황이었고, 우리 교육의 문제였고, 지금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다. '작가'의 꿈을 마음에 품고 대학교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으나, 능력과 노력 둘 다의 부족으로 꿈을 이루지 못하고 현재에 이르렀다.
몇 개월전부터 블로그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세상과의 소통을 꾀하고 있다. 이 작업의 명확한 의미는 좀 더 시간이 지나야 그 면목을 드러내겠지만, 일단은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을 열심히 글로 표현해 본다. 그러면서 가장 하고 싶은 말들 중 몇몇은 공개하기 힘든 그런 성질의 것이라는 것도 절실히 느낀다.
글을 올리면서 좀 더 뚜렷하게 느낀 또 다른 점은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의 앞가림하기도 바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 대해 대체로 무심하다는 것이다. 당사자에게는 생사가 달렸다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일이라도, 타인에게는 그냥 '지나가는 일'이나 '흥미를 돋구는 사건'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에 어떤 소수의 경우에는 타인의 일에 강박증적으로 매달리는 경우도 있다. 그것 또한 어떻게 보면 자신의 공격욕이나 자신의 어떤 부분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리라.
인간 - 동물로 살아남는다는 것, 인간답게 - 참 어려운 말이지만 - 살아간다는 것, 어느 것 하나 수월하지가 않다. 상황 상황에 프로테우스적으로 대처하는 기술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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