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익. 다윈&페일리-진화론도 진화한다. 김영사
집중해서 읽지 않고 영국 여행을 하는 중에 틈틈이 읽었고, 또 읽고 난 뒤에도 시간이 20일 정도 지났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해 자세하게 평을 하는 것은 힘들다. 그렇지만 책 자체가 심도 있는 책이라기보다는 진화론의 변천을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지적 설계론의 허구성을 지적한 정도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인상이나 진화론을 둘러싼 나 자신의 생각을 개진해볼 수는 있으리라.
이 책이 특히 공을 들인 부분은 - 중요하다고 표시해 놓은 부분만을 다시 읽고, 또 발췌도 한 다음 드는 생각인데 - 다윈의 ‘자연선택설’이라는 용어의 정확한 의미와, 그 밖에 다윈의 ‘생명의 나무’ 이론이 갖는 의의, 그리고 현대에 들어와서 도킨스나 굴드, 윌슨 등의 생물학자들의 이론 등에 대한 설명이 아닌가 한다. (도킨스의 가장 대표적 저작이랄 수 있는 [이기적 유전자]는 몇 년 전에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그를 생각해보면 - 물론 그 인상의 상당 부분은 무지와 편견에서 오는 것이겠지만 - 그의 견해는 너무 극단적인 면이 있지 않나 한다. 이 책 뒷부분에 실린 도킨스와 굴드의 가상 토론에서도 그런 면이 부각된다. 대학원 수업에서 한 교수님이 도킨스 이론의 편협성을 지적해서, 그 분이 기독교를 옹호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과 반감을 품기도 했는데, 지금은 ‘현상의 객관적 해석’이라는 측면에서의 과학이 갖는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아니었던가 하고 막연하게 생각을 해본다.)
어쨌거나 이 책은 가벼운 대로 진화론이 과학 이론으로서 갖는 강점과, 지적 설계론, 창조 과학의 한계와 문제점 또한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정도로 이 책에 대한 나의 인상의 정리는 마치고, 다윈과 그의 진화론을 둘러싼 몇 가지 개인적인 소회를 적어보도록 하겠다.
인류의 긴 역사에서 진화론은 사실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이론이다. 기독교 사회였던 서양에서나, 서구처럼 유일신 사상이 두드러지지 않은 동양에서도 생명의 기원을 신에게 찾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과학 이론으로서의 진화론이 갖는 전파력은 엄청나 현재 우리가 받는 생물 교육은 진화론만을 언급하고 있고, 좋든 싫든, 의식하던 하지 않던 간에 우리는 진화론의 세례 속에 살고 있다. 기독교 내에서도 (중단)
[발췌 한 부분]
(53) Alfred Russel Wallace - on the Tendency of Varieties to Depart Indefinitely from the Original Type"
(61) Erasmus Darwin - 현재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이 태초의 미생물로부터 점진적으로 발전돼왔다고 주장
(74) 생명의 나무 - 진화 패턴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다윈에 의해 사다리 모형에서 나무 모형으로 변화됨으로써 우리는 동물원의 침팬지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결코 인간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이해하게 되었고 현시점에 최고로 잘 적응한 종이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라고 했던 오만방자함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되었다.
(78) 성선택 부분에서는 짝짓기를 위한 경쟁이 생존을 위한 경쟁만큼이나 진화에 중요하다는 점을 설명.
(이 부분은 프로이트가 ‘성 본능, 혹은 성 욕동’을 왜 그렇게 강조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단초가 된다. 역시 책을 읽지 않고서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 부지런히 책을 읽어나가야 하는데, (막상) 책은 어렵고 따분하다.)
(81) 바이스만 - 생식질 유전설
(81) 다윈의 자연선택론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전반기 내내 잘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스펜서의 사회다윈주의는 다윈의 이론을 곤경에 빠뜨림)
(84) 화석 기록의 불연속성
(84) 발생적 제약(developmental constraints)
(112) 영향 - 마르크스 - 유물론적 세계관 / 다윈의 생존투쟁 개념과 마르크스의 계급투쟁 개념
프로이트 - 인류의 지성사에서 이 둘만큼 인간의 정신과 행동을 깊이 연구한 지식인도 없을 것이다. 또한 성적 행동은 그들의 공통 관심사였다. 하지만 프로이트가 제시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론과 다윈의 성선택 이론이 서로 잘 들어맞는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 . . 인간의 정신과 행동을 동물의 본능 차원으로 끌어내리되 인간만의 독특한 특성들을 경험적으로 탐구했다는 측면에서 이 둘은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를 격상시킨 지식인임에는 틀림없다.
(121) 이기적 유전자 - 유전자의 일차적인 일이 자기 자신의 복사본을 남기는 일
(131) 르윈틴 - 자연선택설이 당시 스코틀랜드 경제학자들에 의해 수립된 초기 자본주의 정치경제학 이론과 상당히 유사하며 성선택설이 빅토리아시대의 중산층 남녀 관계에 대한 일반적인 관점과 거의 동일.
(156) Jacques Monod - 진화는 주변에 사용 가능한 것들을 가져다가 여기저기 땜질을 하는 수선공이지 모든 문제를 모든 가능한 방식대로 풀어내는 슈퍼컴퓨터가 아님.
(183) 지적 설계 운동에는 한마디로 진짜 과학이 없다. 거기에는 과학자라면 누구나 참여해야 할 논문 심사 시스템이 없다. 혹시 학회와 학술지가 있다면 그것은 늘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대중들에게는 먹힘.)
(193) 창조과학(creation science)이라는 복병을 만나 큰 홍역을 치름
(195)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도킨스나 굴드의 책과 같은 진화론 관련 양서들이 번역되기 전에는 한국의 창조과학 옹호자들이 진화론에 대해 가장 관심이 있는 집단이었다. 창조과학회가 창립되어서 열정적인 활동을 했던 시점도 바로 그때였다. 그 당시 한국 학계의 진화론 이해는 매우 피상적인 수준이었기 때문에 생물학자들은 오해와 무지에 근거해서 진화론을 공격하던 창조론자들에게도 당할 수밖에 없었다.
(196) 진화론은 하나의 좋은 과학 이론이다. 그래서 치열한 논쟁이 늘 따라다닌다. 이론을 둘러싼 과학자들 간의 갈등은 이제 비밀이 아니다. 오늘날의 진화론은 그런 와중에 창조론자들에 오용당하기도 하고 저널리스트들에게 뒤통수를 맞기도 하는 등 역동적인 역사를 가지고 있다. 더욱이 국내처럼 진화론 논의가 아직 시작 단계인 곳에서는 오역이라는 복병을 만나 고생하기도 했다. 이 모든 걸들이 뒤범벅이 되어 진화론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와도 같이 오늘도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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