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 조건--앙드레 말로
대본:Man's Fate(Tr. Haakon Chevalier), Vintage
참조:인간 조건(조홍식 역), 삼성
20년대 상하이의 민중 봉기와 장 제스의 공산주의자 및 노동자의 숙청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특정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않고, 당시의 시대 상황에 휩쓸릴 수 밖에 없었던 (혹은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여러 인물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려한 점이 개성을 부여한다.(이러한 시도는 작가의 독특한 작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 데, 그 점은 작가의 다른 소설을 읽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고정된 시점과 고정된 인물의 전통에 익숙한 탓인지, 소설을 읽어나가기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지만(특히 영어로 읽은 탓에 제대로 이해 못하고 지나간 부분이 많지만) 삶의 조건, 우리의 처지 등을 한 번 돌이켜 보게 한 작품이었다.
시대적 분위기가 암울한 탓인지, 등장 인물도 모두 암울하다. 작가는 그것을 인간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 가운데 그래도 축을 이룬다고 생각되는 기요 일가의 모습에서 그 점은 여실히 드러난다. 신병 때문에 아편에 의지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아버지, 지조르. 그리고, 도박에 빠진 끌리삐크 때문에 경찰에 체포돼 감옥에서 자살하고 마는 기요, 아내로서의 역할을 거부당하다시피한 메이. 섣부른 판단 인지는 모르지만 작가는 어느 정도 지조르의 말을 빌어 자신의 인생관을 표출하고 있는데, 거기서 엿보이는 것은 문자 그대로 “인간 조건의 참혹함”이다. 인간은 자신의 조건에 만족을 못하고 뭔가 다른 것, 즉 신이 되려고 하는데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불행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것과, 죽음과 대면하면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삶은 공허할 수 밖에 없다는 지조르의 말은 역사적 조건이나 개인의 처지를 떠나 누구나가 공통적으로 당면하고 있는 문제다.(이 부분에 대한 나의 이해가 깊지 못하다. 만약 재독할 기회가 있다면, 이 부분을 특히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할 것이다.)
테러리스트 천 타이얼에 대한 작가의 묘사는 도무지 이해가 잘 안 된다. 그리고 까토프는 인간의 고통을 두 어깨에 짊어지고 살아가려는 순교자적인 인물로 묘사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쓸말도 별로 없다. 강렬하게 와닿는 것이 있다면, 인간의 고통과 헌신의 의미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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