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로 간 예수--송 기원(95, 창작과 비평, 가을호) 9월 24일,
기요 결혼식 참석차 전주로 내려가는 길에 읽음.
송기원 씨의 소설은 이 작품이 처음이다. 작년에 [아름다운 얼굴]로 동인 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기회가 닿질 않았다. 씨는 내가 직접 얼굴을 본 몇 안되는 작가 중의 한 명이라서 느낌이 좀 다른 작가들과 다르다. 그때 받은 인상은 아무리 작가라지만 어떻게 저렇게 내성적일수 있을까 하는 것과, 사람의 성격과 글을 쓰는 것과는 그다지 큰 관계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 또 너무도 마음이 여린 사람 같다는 느낌 등등이었다. 그 당시(벌써 사오년 전의 일인데)엔 그의 시집 [마음속 붉은 꽃잎]이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을 때였다.
글이 너무 조리없게 진행되는데, 어쨌거나 당시 씨의 모습은 글을 쓰기 위해서 뭔가 특별한 것이 필요한 것만은 아니라는 느낌을 내게 주었다.
그런데 이번 소설을 읽고 난 느낌은 전체적으로 소설이 좀 뜬구름 잡는 이야기 같다는 것이다. 화단에서 상당히 인정을 받고 있는 중진 화가가 자신의 그림, 또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심을 품고 서울을 떠나는데, 그 길에 청도라는 도인(?)을 만나 그와 함께 지리산 깊은 골짜기의 암자로 찾아간다. 거기에 있는 스님 두 분과, 도인, 그리고 화자인 화가는 같이 참선 정진을 해나간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일종의 선도 소설이고, 요즈음 한창 유행하고 있는 단전호흡이나 선에 대한 찬사, 다시 말해 우리 고유의 신선도가 우리 개개인과 인류를 구할 수 있다고 선전하는 듯한 소설이다.(이런 식의 소설은 이외수가 계속 써 오지 않았던가?)
80년대의 시대 상황, 그리고 화자 자신을 둘러싼 끔찍한 개인사, 그리고 80년대와 전혀 새로운 양상으로 흘러가는 90년대.
속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인간이라면 이런 점은 넘기 힘들다라는 한계가 설정되어 있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전체적으로 이 소설은, 내가 보기엔 너무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 왜 송기원 씨는 이런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할까? 왜 우리의 일상을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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