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김 주영, 민음사)
요 며칠 사이 노태우 씨의 비자금 설로 온나라안이 시끌벅쩍하다. 나는 그래도 대통령이라는 지위에 오를 인물이라면 뭔가 남다른 면이 있을 것이고, 또 도덕적인 면에서도 남들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마음 한 켠에 가지고 있었는데, 그러한 나의 믿음은 깨어지고 [인간의 얼굴을 한 야만]에서 앙리 레비가 말했듯이 ‘인간 삶에는 인간을 자꾸만 악한 곳으로 이끄는 비극적인 요소’가 있는 모양이다.
김주영씨의 이 작품을 읽으면서 느낀 것도 그런 것이었다. 우리 현대 문학 전반에서 보여지는 것은 아버지의 부재 의식이 아닐까 하는 점, 다시 말해 잘잘못을 가려줄 아버지란 존재가 우리 현대사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돌이켜 생각하게 되었다. 나라를 잃고, 그 다음엔 동족끼리 서로 피를 흘리고, 그 피의 결과도 뚜렷하지 못하고 서로 대치하고만 있는 상황. 아버지가 없는 곳에서는 어머니같은 절대적인 사랑, 순교자적인 측면만 강조되는 것이 아닐까?
씨의 이 작품은 육이오를 겪고난 경북 청송을 배경으로 한 가정을 묘사하고 있는데, 거의 자전적인 작품이다. 이야기를, 조그마한 사건을 두고도 그것을 풀어나가는 작가의 솜씨는 정말 능수능란하기 짝이 없지만, 뭔가 보다 더 많은 사건이 있을 법도 한데 몇 가지 사건만이 이 작품에 부각된 감이 없지 않아 아쉽다. (송영씨의 작품 [꼬마 야등이의 세상보기]는 반면에 아기자기 하지만 너무 이야기로만 흐른 느낌을 준다.) 좌익 연루 사건으로 고초를 당하는 일은 시점을 화자인 국민하교 3학년에 맞춘 까닭이겠지만 사건 전체가 좀 애매한 느낌을 주는데, 이러한 방법이(작가의 의도였겠지만) 효과적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 이 작품에서 무엇보다 아쉽게 느껴졌던 것은 어머니의 모습이 좀 흔들린다는 것이다. 작품 초기에는 무지하고 강단만 있을 법한 모습으로 비춰지다가 나중에는 품위를 지닌 듯한 인물로 묘사되는 것이 좀 이상스럽다. 그러나 어머니와 장석도(삼손)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묘사는 잘 되었다.
아버지 없는 가족, 기둥이 없는 가정은 우리 현대 문학 전반에 나타나는 공통점이며, 이 죽은 아버지를 살려내는 것이 우리 문학이 좀 더 건강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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