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단계를 마친 학생들에게

요즈음은 대체로 펜을 들면 글이 마치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줄줄 쏟아져 나오는데, 여러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의미 있는 글을 써보려고 하니 생각의 시간이 길어지는 듯합니다.

우선 4단계에 합격한 학생들에게는 그 동안 수고 많이 했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이번 시험이 어려워 혹 통과를 못한 학생들이 있다면 다음에는 좀 더 꼼꼼이 준비를 하기바란다는 격려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 대선에서도 대다수의 예상을 깨고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됨으로써 전세계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여러분은 여러분의 눈앞에 놓인 목표를 향해 하루하루 시간을 쪼개가면서 매진해 나가고 있고, 혹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마음만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삶은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는 낙원은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소수만이 자신의 꿈을 성취할 수 있지요. 치열한 경쟁을 이기고 살아남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보상일 것입니다.

그러나, 한 번 더 돌이켜 생각을 해보면 우리의 '꿈'이라는 것이 우리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그 무엇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주입되고 강요된 그런 것이기 일쑤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젊습니다. (누군가 아는 분이 "오십 넘으면 인생 쫑 난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저는 지금 '쫑 난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내 생각이 그렇게 깊은 것도 또 사회적으로 모범이 될 만한 것도 아니지만, 오십 년을 이 지상에서 버팅기면서 느낀 한 마디는 "남의 말에 지나치게 흔들리지 말라"는 것입니다. (나의 이 말도 여러분을 흔드는 것일 수 있다는 모순에 빠지지만.) 바꿔 말하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비록 그것을 알 수는 없지만)을 향해 나아가라는 것일 겁니다. 

우리의 삶은 많은 부분에 있어서 자연주의 작가들이 말한 것처럼 이미 돌이킬 수 없게 결정지어져 있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여자, 혹은 남자로 태어났고, 한국인이며, 또 부모님의 자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부분이 여러분 자신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책임질 필요도, 또 질 수도 없는 일이지요. 하지만 인간의 정신은 우리가 처한 상황을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 반성적으로 살필 수 있는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마도 진정으로 공부가 필요한 까닭은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벌써 학교에 가야할 시간이 다 되어서 다소 급하게 마무리를 짓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좀 더 자세하게 써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공부 혹은 정신적 수련을 통해 우리는 우리 주변의 상황에 대해서 좀 더 명확한 인식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의 이해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이상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여러분 생각의 끈을 놓지 말고, 항상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으로 끌어들인다는 태도를 견지하면서 살기 바랍니다.

(마음이 급하니 글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미궁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해보면, 열심히 노력하는 것만큼 노력한 자신에게 보상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 주일에 한 번, 혹은 이 주일에 한 번, 힘든 자신이 위로를 받았다고 느낄 만큼의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