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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

이정하. 한 사람을 사랑했네, 자음과 모음, 2000년, <2000년 9월 1일>

by 길철현 2016. 12. 1.

- 한 사람을 사랑했네, 자음과 모음, 2000, <200091>

 



이정하의 시집 [한 사람을 사랑했네]를 읽어 나가면서, 나는 시인이 시집의 처음부터 끝까지 지칠 줄 모르고 사용하고 있는 사랑이라는 말에 대해 나름대로 곰곰히 생각을 해 보았다. 우선 시인은 이 사랑이라는 말을 넓은 의미에서가 아니라, ‘이성(드문 경우엔 동성)을 향한 사랑이라는 특수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명념해야 할 것이다.

 

(타인의 비판을 넘어서는 어떤 말을 한다는 것은 항상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해 내는 것, 그것이 능력이다. 글이 어려워 지는 것은 너무나 많은 것을 한꺼번에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일단은 쓰고 나서 수정하는 방안을 택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통상적이고 적절한 방법이다. 일단 응모하는 글이라는 의식을 버리고 나의 일차적인 느낌부터 정리를 해보자.)

 

이정하의 글은 김소월 이래로 우리의 현대 서정시가 그려온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의 정한을 적절한 반성없이, 통속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언어는 느슨하여 설명적이고, 그가 이야기하는 감정은 사춘기 학생의 그것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으로 누군가를 사랑했다면, 그리고, 그 사랑에 담긴 자신의 감정을 좀 더 솔직하게 기술하려 했다면, 어슬픈 이타성이 아니라, 이타성뿐만 아니라 욕정과, 추악함 등도 보지 않았을까? 내가 이정하가 아니므로 속단은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왜 그의 사랑에는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는 그 흔한 아리랑의 절절함도 지니지 못하는 것일까? 지나치게 그의 글을 폄하하는 것일까?

이정하의 두 시집을 통해 나는 일단의 베스트 셀러 시집들이 왜 시에 대한 감수성을 조금이라도 키운 사람에게는 받아들여지기 힘든지를 분명하게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