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웅진(041216)
코엘료의 두 소설이 내가 기대하고 예상한 것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막내 동생 봉예가 이 소설을 언급하는 걸 듣고서는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어쨌거나, 나는 물렸다고 생각되는 박완서의 작품을(십 년 쯤 전에 그녀의 작품을 쭉 읽어나가다가, 물려서 더 이상은 읽지 못하고 말았다) 다시 집어 들었고, 그 흡인력에 빨려 들어, 거의 하루만에 다 읽었다.
자전적인 이야기는 그 친근감과 자연스러움 때문에 대체로 흡인력이 있는데, 이 작품은 특히나 더 그랬다. 거기다, 이 작품이 호감을 주는 것은(소설로서의 매력은 이미 나온 소설들과 차별될 것이 별로 없는 사실주의적인 작품이라, 최대의 호평이 ‘잘 쓴 글’이라는 정도이겠지만), 그녀의 개인적인 체험이, 우리의 역사(일제 강점기--해방--6*25)와 맞물리고, 그 고통이 실감나게 다가오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화된 유년의 세계가 서울이라는 도시에 나오면서 찢겨지고 상처 입는 과정, 어머니와의 갈등, 오빠의 모습 등이 진솔하게 그려져 있다.
작품의 후반부에서는 묘사의 구체성이 좀 떨어지고, 작품 자체도 미결인 듯한 느낌을 주긴 하지만, 그녀의 필력을 엿볼 수 있는 소설이다.
*김윤식, 기억과 묘사
*외부와 내부, 본질적인 것과 부수적인 것의 통일(서사시적 세계)이란, 근대 시민사회 속에서는 절대로 불가능하게 되어 버렸다는 것. 그럼에도 그것을 찾아 헤매는 문제아가 겨우 도달할 수 있는 곳이란 오직, 자기의 ‘기억’ 속에서인 것. 그것이 소설이라는 것입니다.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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