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택, 성철 스님 시봉이야기, 1-2, 김영사(050711)
종교인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종교에 대한 관심--그 관심의 밑바탕에는 죽음의 문제와 인생고, 인생살이가 우리에 던지는 의문 등이 자리하고 있을 터인데--은 쉽게 뿌리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성경도 읽어 보았고, 또 성철 스님에 대한 책도 두 권 읽어 보았다. (이청, 우리 옆에 왔던 부처/문일식, 성철스님 세상살이, 신라원) 섣부른 판단일 수 있으나, 기독교적 사고가 보여주는 사상의 옳음과, 그 한계성 때문에, 철학에서 인생살이의 문제를 추구하는 것이 나은 방편이라는 생각을 했었고, 성철 스님과 관련된 책들도, 상식적인 수준에 그치는 것이라 다소 실망스러웠다. (성철스님의 돈오돈수 사상을 담은 법어 비디오테이프는 성철 스님의 발음을 알아듣기가 힘들어 이해가 되지 않았었는데, 오늘 다시 들어본 결과, 불교의 선종은 육조 단경과, 태고, 서산 대사의 전통을 이어받아 ‘돈오돈수’ 사상을 정통으로 삼지, 보조국사 지눌이 주장하는 ‘돈오점수’ 사상은 교종이 추구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즉, 선종에서 화두를 참구하여 오매일여 상태를 지나 견성을 하면 더 이상의 닦음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성철 스님의 시봉이었던 원택 스님의 이 글은 사실 <중앙일보>에 연재될 당시에도 재미있게 읽었었고, 두 권이라는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끝까지 흥미롭게 읽어 내었다. 그것은 상당 부분 원택의 글 솜씨에 기대고 있겠지만, 필자가 직접 경험한 산중 생활이나, 성철 스님과 얽힌 에피소드들 자체가 흥미로운 부분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도 성철 스님과 얽힌 일화들을 소개하는데 치중하고 있기 때문에 성철 스님의 사상의 핵심에 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이전에 읽었던 책들보다는 보다 친근하게 성철 스님을 느끼고 감지하게 해준다.
불교의 놀라운 점은 그 사상보다, 그 실천에 있어서의 엄격함이다. 그렇지 않은 중들도 많이 있겠지만, 여러 글에 비친 성철 스님의 모습은 수행자의 전형이라고 할 정도이다. 자신의 소유로 아무것도 추구하지 않고, 오로지 수행에 매진하는 모습. 인간의 오욕칠정을 모두 떨쳐버리고 견성, 확철을 얻기 위해 정진하는 모습은 비인간적이지만, 우리가 마음속에 이상으로 품고 있는 그것이기도 하다.
종교적 진리와 세속의 진리가 항상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종교적 삶이 우리에게 꾸짖는 바에 항상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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