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햇빛
불교의 계율 중에 ‘부당한 일을 당해도 화내지 말라’라는 걸 읽은 적이 있다. 신영복의 편지를 다 읽고 글을 쓰려니까, 문득 그 구절이 떠오른다. 통혁당 사건의 전모를 정확히 알고 있지는 않지만, 박정희 정권이 저지른 독재 권력의 과오 중 하나라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이 사건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신영복은 그 사건으로 무기 징역을 선고받고 20년을 복역한 뒤에야 석방이 되었다. 이 책은 그가 감옥에 있는 동안, 계수, 형수, 부모님께 보낸 편지들을 모아서 엮은 글 들이다.
그의 편지에서 느껴지는 인간 신영복은 온갖 감정의 굴곡을 겪어내고, 또 현실의 힘겨움마저 온몸으로 받아내는 ‘꿋꿋한 정신’이다. ‘시련으로부터 인간은 배운다’는 아이쉬킬로스의 명제가 그에게 그대로 적용된다고나 할까? 그리고, 그의 꿋꿋한 정신 뒤에는 또 민중적인 정서, 그 힘을 지향하는 정신(이 부분도 좀더 구체화되어야 할 말이지만. 그의 민중성에 사회주의적 이념 지향이 있는지는 모르겠다)과, 남을 배려하는 ‘따뜻함’도 있다. 낮은 곳으로 추락한 지성이기에 낮은 곳에 위치한 인간들의 고통과 애환을 가장 정확하게 보고 있는 점도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이 편지의 묶음은 한 인간이 현실적인 불합리와 고통에 굴하지 않고, 그 불합리와 고통을 온몸으로 겪어 냄으로써, ‘인간적 성숙’에 이르는 모습의 산 징표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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