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수, 포고령 13호 삼청교육대, 하이북스(100118)
-우리들의 몰골은 새카맣고 얼굴은 상처투성이에다가 몸뚱아리는 뼈가 부러져 혼자의 힘으로 걸어가기조차 힘든 상태였다. 겨우 찾아 입은 옷가지, 옷이라기보다는 누더기를 걸치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꼴이 말이 아니었다. 그런 몰골의 우리를 환영한다고 정화 위원들이 박수를 치고 샴페인을 터뜨리며 팡파레를 울리는 것이었다. (87) [삼청교육대 1차 퇴소 후에]
-‘죽어선 안돼.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살아남아야 해. 그래, 내가 살아서 나가면 훗날 내가 당하고 목격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날이 분명히 올 것이다. 뼈가 부러지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고통이 있을지라도 꼭 살아서 돌아갈 것이다.’ (120)
-트럭에 매달아 사람을 죽이는 장면 (1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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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성이 없는 권력이 국가 권력으로서 자리를 잡기 위해 저질렀던 두 가지 사건, 광주민주화 운동과 삼청교육대는 그 권력의 우두머리에 있는 인물들뿐만 아니라, 그 권력의 하수인 내지는 꼭두각시 노릇을 하던 사람들의 무자비성을 그대로 노정시킨다. 위의 두 사건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비민주적이었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의 야만성은 기회가 있으면 언제나 뛰쳐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다.
개인이 맞서 싸워야 할 부당한 세력이 국가라는 것을 깨닫게 될 때(이것을 내 개인적으로는 문무대에서 느꼈다), 그 개인은 이 삶이 지옥임을, 그리고 그 지옥을 살만한 곳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자신의 목을 내걸어야 한다는 것을 동시에 절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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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내가 삶을 내 문제에 몰두한다는 미명 아래, 너무나도 무책임하게 살아왔다는 점이다.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회피하지 말아야 하고, 올바른 목소리를 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 부끄러움이 덜 남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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