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venson, Robert Louis, Treasure Island, Bantam(1883) (101011)
스티븐슨의 이 소설은 신나는 모험 소설의 전형이라고 할 만하며, 무수한 위험과 아찔한 장면에도 불구하고 결국 주인공 짐에게는 별다른 커다란 위해가 가해지지 않고, 원래의 목적이었던 보물을 획득하는데 성공한다. 이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두 가지 특징은 첫째는 작가가 굳이 교훈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는 점과, 둘째는 Long John Silver가 보여주는 다면적인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주인공 짐과 실버의 관계는 어떤 면에서는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를 치환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으며, 실버의 다양한 면모, 음모를 꾸미는 점, 또 서슴지 않고 반대편을 살해하는 점, 자신을 위태롭게 하면서도 짐을 옹호하려는 점, 놀라울 정도의 변설력, 그러면서도 마음을 자꾸 바꾸는 면 등은 인간의 심리의 비일관성을 잘 반영한 것이면서 동시에 이 인물을 입체적으로 만들어 준다.
스티븐슨은 흥미라는 면에서 독자를 사로잡는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 문학에서도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 생각처럼 단순 명료하지 않음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은 그럼에도 화자의 직접적인 체험과 또 그것을 기술하는 시간 사이의 간극, 다시 말해 체험과 기술 사이의 지나친 간극과, 과연 사람들이 찾아 나선 보물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는 도덕의 부재 등을 부담으로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표면적으로 사회적으로 기반을 잡은 인물들과 해적, 혹은 하층민들 사이의 갈등으로 비춰지지만, 이 갈등에서 누가 더 도덕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확실한 대답을 내리기 어렵다. 인물 자체로는 그다지 흥미를 주지 않지만, 고용된 배의 선장은 성품이 아주 곧고 강직한 인물로 전통적인 도덕관념에 부합하는 그런 인물이다.
전체적으로, 이 소설은 아주 잘 쓴 소설이며, 교훈주의에서 벗어나, 실버라는 복합적인 인물을 창조해내는데 성공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