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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문학작품

아이리스 머독. [철학자의 제자](Iris Murdoch, Philosopher's Pupil)(121231/ 130101)

by 길철현 2016. 12. 17.

*Iris Murdoch, Philosopher's Pupil, Penguin(121231/ 130101)



(정신적으로 참으로 힘든 시기에 읽은 책이다. 1129일에 읽기 시작했으니까, 한 달이 넘게 걸린 셈이다. 558페이지나 되는 꽤 긴 소설이긴 하지만 내용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아 더 빨리 읽을 수도 있었는데, 정신적인 혼란 때문에, 읽다가 말다가 해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것도 지난 30일에 200페이지 이상을 읽는 강행군을 했기 때문에 한 해가 가기 전에 끝을 낼 수 있었다. 어쨌거나 책을 다 읽고 나서 내 마음은 좀 편안해졌다. 아직도 가슴의 묵직함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완전히 가시지 않았지만, 이 삶에 대한 의욕은 다시 돌아왔다. 오늘 상담 시간에 뭔가 큰 변화가 올 것 같고, 아니 변화는 벌써 왔는지도 모르겠다.)

책에 온전히 집중을 해서 책을 읽어나갈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텐데, 이번에는 특히나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몇 마디라도 제대로 쓸 수 있을 지 의심스럽기는 하다. 그렇지만 처음 접하는 머독의 이 책이 나를 사로잡은 것은 첫 장면, 조지의 아내 스텔라가 타고 있는 차가 수로에 빠지는 그 장면, 그리고 아내와의 갈등 등이었다. (언어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는다.) 좀 더 정확히 말해서 아내와의 다툼 장면에서 조지도 나와 같은 심리적 혼란과 갈등 속에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 나로 하여금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가게 만들었다. (조지와 아내 스텔라의 심적인 고통은 죽은 아들 루프스에 일단은 기인한다.)

Ennistone이라는 가상의 온천 도시를 배경으로 하여, McCaffrey 집안의 인물들은 물론, 철학자 Rozanov, 신부 Bernard 등 다양한 인물군을 사실적으로 또 때로는 그 사람들의 심리까지도 포착해 나가면서 작품을 전개하고 있다. 이 산만성이 작품의 집중성을 떨어뜨리는 단점이 있는 반면에 다양한 사람들의 내외면--총체성을 띠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을 살펴볼 수 있어서 흥미로운 점도 있었다. 가장 흥미로운 관계는 물론 조지와 철학자 로자노프와의 관계이다. 저명한 철학자인 로자노프가(나이도 많은) 손녀를 이성으로 사랑하는 한 인간적인 인물로 내려오는 것은 추락인지, 아니면 인간화되는 것인지 선뜻 판단을 내리기는 힘들지만, 어쨌거나 머독은 이 철학자를 너무 희화화했거나, 가볍게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게도 만든다. (로자노프가 자살하기 위해 약물을 복용하고, 그 때까지 죽지 않은 그를 조지가 익사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그 부분이 너무나도 쉽게 사고사로 처리된 부분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사람들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삶을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머독은 대단히 예리하게? 길지 않은 문장들로 캐치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로자노프와 버나드의 대비를 통해 버나드의 손을 들어주는 듯하다. 이 점에서 버나드 신부의 편지는 의미가 크다. 그리고 신은 없기 때문에 신은 존재한다는, 아니 신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신은 없다는 말은 곰곰이 생각해 볼 부분이다.

That there is no God, that even the beauty of Christ is a snare and a lie. 'Nothing exists except God and the soul' : and when one has understood that, one knows that ther is no God. (553)

 

(내 느낌에 대한 불안감은 지울 수 없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내 느낌을 말하지 못할 것은 없다.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