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흑산. 학고재(130211)(14)
오랜만에 한국 장편소설을 한 편 읽었다. 김훈의 [칼의 노래]는 참으로 재미있게 읽었고, 그 다음 [화장]도 수작이었다. 하지만 김훈의 작품 세계에 실망을 한 것은 [개-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이었다.
그의 작품의 힘은 분명 ‘기름기를 뺀 비장미’의 문체에서 온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작품 역시도 신유박해를 중심으로 천주교 신자들, 특히 정약종과 황사영, 그리고 그 밖에 마노리, 강사녀 등의 천민과 평민들의 수난사를 이리저리 엮어서 한 폭의 그림을 완성시키고 있다.
유교를 국가의 기본적인 이념으로 삼던 조선에 천주교-기독교는 감당하기 힘든 외래의 종교였음에 틀림이 없으나, 그 박해의 정도는 도를 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긴 하지만 천주교의 배경에 있는 유럽의 정치적인 세력을 끌어들이려 한 황사영의 생각은 자신의 신앙에 대한 탄압에 대한 힘없는 자의 반발이기는 하지만, 그 뒤 조선의 역사를 생각할 때 그 파급력을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한 섣부른 탄원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하게 한다.
사람의 목숨이 가볍고, 형벌이 잔인하던 시대. 그러한 야만의 시대는 사실 우리 역사에서는 1980년대까지 이어져 왔다. 김훈은 그러한 고통들을 글로 적어냄으로써 자신의 내면에 있는 분노를 표출하고자 하는 것일까?
중심적인 한 인물이 아니라, 그 시대의 천주교도들이라는 여러 인물들을 다루면서도, 황사영의 체포를 중심으로 삼아 작품이 나아가도록 전개해가는 솜씨는 정교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훈, 남한산성. 학고재(130501) (0) | 2016.12.17 |
---|---|
박민규. 카스테라. 문학동네 (130220) (0226) (0) | 2016.12.17 |
송하춘 엮음. 소설발견 1. 고대출판부(130120) (0) | 2016.12.17 |
이인직, 혈의 누, 귀의 성, 치악산, 서울대/ 은세계, 모란봉, 빈선랑의 일미인, 서울대 (100910) (0) | 2016.12.16 |
최찬식, 추월색 [2010년] (0) | 2016.1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