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규. 카스테라. 문학동네 (130220) (0226)
[영실이 시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대구로 내려가는 길에 가벼운 읽을거리로 갖고 가서 읽음.]
박민규 소설은 기본적으로 좀 가볍다는 느낌이 든다. 그것은 그의 소설의 기본적인 얼개가 사실적인 듯한 상황--그것도 대체로 현실적인 어려움에 처한 청년 정도--이 나중에 비현실적인 판타지가 되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것이 또 웃음을 자아내는 요소들을 많이 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80년대 소설과 90년대 소설의 결합이 박민규의 소설이라고, 책 말미의 신수정은 적고 있는데, 박민규 소설이 어디로 향할 지 아직은 속단하기 어려우나, 자칫 잘못하면 소재가 고갈되거나, 아니면 독자층의 물림을 불러올 위험을 안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긴 하지만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아침의 문]은 그가 문학적으로 우리 문단의 중심부에 서고 있다는 생각, 그리고 좀 더 그의 글에 무게가 실린다는 느낌도 준다.
요즈음과 같은, ‘맹목적 물질주의’의 시대에 문학은 상당히 공허하다는 느낌마저 주고, 인간은 더 이상 의미를 찾지 않고, 물질적인 안락을 추구하는 동물의 수준으로 전락한 가운데, 그 반대로 ‘기술 문명’은 자꾸 발달해나가고 있다는 인상이 크다.
박민규의 소설은 기존의 소설문법을 많이 파괴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단락의 구분이 시의 형식을 어느 정도 차용한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독백조의 그러면서도 황당무계한, 그러면서도 현실의 아픔에 밀착되어 있는 그의 소설은 소설이라는 것에서 더 이상 답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이상한 말 한 마디를 던진다.
개별 작품으로는 표제작인 [카스테라]가 그 풍부한 상징성으로 주목할 만한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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