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이야기/고흐 시편83 청령(蜻蛉)-- 이상 건드리면손끝에묻을듯이빨간봉선화(鳳仙花) 너울너울하마날아오를듯하얀봉선화(鳳仙花) 그리고어느틈엔가남(南)으로고개를돌리는듯한일편단심(一片丹心)의해바라기― 이런꽃으로꾸며졌다는고호의무덤은참얼마나미(美)로우리까. 산(山)은맑은날바라보아도 늦은봄비에젖은듯보얗습니다. 포푸라는마을의지표(指標)와도같이 실바람에도그뽑은듯헌출한키를 포물선(抛物線)으로굽혀가면서진공(眞空)과같이마알간대기(大氣)속에서 원경(遠景)을축소(縮少)하고있습니다. 몸과나래도가벼운듯이잠자리가활동(活動)입니다 헌데그것은과연(果然)날기는나는걸까요 흡사(恰似)진공(眞空)속에서라도날을법한데, 혹(或)누가눈에보이지않는줄을이리저리당기는것이아니겠나요. 2022. 2. 21. 감자 먹는 사람들 -- 삽질 소리 -- 정진규 우리들도 그렇게 둘러앉아 삶은 감자를 먹던 때가 있었다 불빛 흐린 언제나 불빛 흐린 저녁 식탁이 누구의 손 하나가 잘못 놓여도 삐걱거렸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셋째 형만이 언제나 떠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잘 삶아진 굵은 감자알들처럼 마디 굵은 우리 식구들의 손처럼 서걱서걱 흙을 파고 나가는 삽질소리들을 꿈 속에서도 들었다 누구나 삽질을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타고난 사람들이었다 새벽에는 빗줄기가 조금 창문을 두드렸다 제일 부드러웠다 새싹들이 돋고 있으리라 믿었다 오늘은 하루쯤 쉬어도 되리다 식구들은 목욕탕엘 가고 싶었다 추억 -「감자 먹는 사람들」· 빈센트 반 고호 식구들은 둘러앉아 삶은 감자를 말없이 먹었다 신발의 진흙도 털지 않은 채 흐린 불빛 속에서 늘 저녁을 그렇게 때웠다 저녁 식탁.. 2022. 2. 21. 반 고호 2 - 조병화 -- 암스텔담 반 고호 기념관에서 나는 당신의 불을 견딜 수가 없었을 것이다 당신도 나의 불을 견딜 수가 없었을 것이다 당신은 밖으로 타는 불 나는 안으로 타는 불 하루도 같이 견딜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한 방에선. 2022. 2. 16. 반 고호 1 - 조병화 - 암스텔담 반 고호 기념관에서 언젠가 런던 템즈 강가에 있는 테이트 갤러리에서 처음으로 반 고흐의 원화를 보았을 때 나는 태양을 안고 춤을 추는 그의 그림 앞에서 얼굴이 화끈 화끈 화끈거리며 한없이 타올랐었다 그것이 1959년 여름 밖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번, 이곳 그의 나라 그의 기념관 암스텔담에서, 다시 밀밭에서 날아오르는 종달새 그림을 보고 이것이었구나! 중학교 2학년 영어독본에서 보던 그 황홀한 동경이 다시 화끈거렸다 아, 이와도 같이 그는 그저 뜨겁던 사나이 뜨겁던 스스로의 열에 끌려들어 뜨거운 탄알로 쓰러진 사나이 그 뜨거운 열이 지금도 식지 않고 온 방안에 가득하다 활 활 2022. 2. 16. 이전 1 ··· 16 17 18 19 20 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