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이야기104 빈센트 반 고호의 그림 -- 김종원 그것은 바람이다. 불볕 수풀 따가와 차라리 옆으로 가는 바람이다. 보리 이삭 부신 오베르의 언덕 가을 싣고 달리는 운하의 마차와 비 개인 황토의 감자꽃 음흉한 까마귀도 그 앞에서는 다 분비되는 비명이다. 그것은 춤이다. 노랗게 달구다 못해 노오랗게 솟구치는 회오리의 혼절 얼래의 연줄처럼 팽팽이 감긴 무서운 적막이다. 태풍의 눈이다. 2022. 3. 8. 편지 -- 정(丁)의 초상 -- 김영태 반 고호 생각을 자주 하고 있습니다 보리 이삭들이 바다로 착각되곤 합니다 여기는 영혼과 머리털은 타오르지만 물이 없기 때문에 하루를 마치고 쓰러져 있을 때에는 빈 뇌 속에 웅덩이를 파고 조금씩 조금씩 물을 저장하고 있습니다 2022. 3. 8. 김광림 -- 보리밭 생 레미 요양원 쇠 창살 너머 바라다 보이는 순금이 녹아 흐르는 태양 아래 누우렇게 뜬 뙤약볕 한낮 검은 새떼는 공허속을 난무하고 보리밭은 미치게 출렁대고 터지고 갈라진 붉은 시골길 낫을 든 농부는 보이지 않고 대발작 후의 고요를 잔뜩 드리운 이 죽음의 그림자 2022. 3. 8. 생장(生長) -- 김광림 먼지 묻은 세월에도 차분히 꽃을 피워가는 나무 조금씩은 우리들도 바람결이나 햇볕속에서 피어나야겠다 목련 송이가 벌어지는 걸 딱히 밝혀 보는 건 여간 눈시린 일이 아니다 푸른 수목들이 심지를 돋궈올리는 반 고호의 상승 미처 도는 보리밭의 한낮을 서서 울다가 서서 울다가 살에서 잎이 묻어나는 짐승스런 몸놀림을 하다가 저렇게도 선연한 모습으로 조금씩은 먼지 묻은 햇살이라도 털면서 일어서는 2022. 3. 8.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2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