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기행 (4) 90년 8월 14일 - 20일. 성장이냐, 방탕이냐? [셋째 날 - 8월 16일]
밖에 나와 잠을 잘 땐 대부분 그렇지만 이 날도 일찍 잠을 깼다. 어제의 내가 아니라는 생각, 그것이 허탈하게 끝났던 아니던 이제 나는 성년의 문을 들어섰다는 생각이 내 머리속에 꽉 들어박혔다. 좀 더 잠을 잘까 하는 마음도 없진 않았지만, 그 보다는 책을 읽는 게 나을 것 같아 나는 노신의 [아큐정전]을 폈다. 무엇일까? 무엇이 나를 이 길로 내몰았을까? 이것은 지극히 타락한 생활이 아닐까? 아니다, 이건 하나의 경험이다. 작가에겐 온갖 종류의 경험이 필요하며, 닥쳐오는 하나하나의 경험을 세심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이제 너의 꿈은 무너졌고, 신비는 허무함으로 판명났으니 네 발길을 돌려라. 서울로. 더 이상의 방황은, 네 보답받지 못할 사랑도 이젠 그만이다. 그래, 침잠, 침잠, 침잠, 수백 번 되..
2016. 9.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