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199 너, 침묵 혹은 부재 너, 침묵 혹은 부재 술 취한 발걸음은 자동인형처럼 너에게로 향하지만 이 걸음이 마침표를 찍는 곳엔 어두운 침묵만이 휑뎅그레 놓여 있을 뿐이라는 걸 도돌이표로 익힌 한 걸음 한 걸음 수렁처럼 무겁고 봇물 터진 울음마저 네 발가락 하나 적시지 못하는 바라보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 2016. 3. 8. 시우리 그 길에서 시우리 그 길에서 이 길의 주인은 풍경이다 가을을 두드리는 비가 젖은 논이며, 집이며, 나무와 먼 산을 다시 적시고 내 싸구려 우산을 뚫고 들어와 나를 적시고 소리로 가득 찬 적막을 나는 걸어간다 풍경이 주인인 이 시골길을 걸어간다 슬픔은 지나갔어도 슬픔의 기억은 떠날 줄 모르고 우산을 뚫고 적시는 이 비처럼 나를 자꾸만 허우적거리게 한다 논두렁을 따라 난 이 좁은 길은 어디쯤에서 끝이 나는가 그래, 이 길이 끝나는 곳까지만 슬퍼하자 끊어질 듯 끊어질 듯 길은 이어지고 빗줄기는 자꾸만 굵어져 가고 도랑물은 와랑와랑 울어 젖히고 그때, 길의 끝을 알리는 신호탄인 듯 환영인 듯 빗속을 떨치고 날아오르는 새 한 마리 빗속을 떨치고 날아오르는 새 한 마리 *시우리는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2016. 3. 8. 관천리에서 관천리에서 강물은 호수보다 더욱 잔잔하고 가을 햇살 또한 차가운 듯 따사합니다 노랗게 붉게 물든 산 중턱 어디선가 들려오는 까마귀 소리도 강 건너 아득한 개 짖는 소리도 웬일인지 정겹게 들립니다 햇살이 물 위에 어룽져 무수한 은빛 비늘을 뒤척이는 모습이 여느 때보다 눈을 황홀하게 합니다 곁에 아무도 없어 쓸쓸하고 적막한 하염없이 평온한 이 광경을 바라보기만 해도 완성되는 한 편의 산수화를 하루 왼종일 다른 생각 다 버리고 마냥 들이킬 수도 있을 듯합니다 달랠 수 없는 핏빛 눈물 하나도 여기, 이 깊어가는 가을의 투명함 속에 풀어버리고 싶습니다 한가로이 강 위를 나는 이름 모르는 한 쌍의 새가 차라리 부럽더라도 수첩에 적어나간 몇 글자로 외로움을 달래야 한다면 그것이 나의 길이라면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누렇.. 2016. 3. 8. 이전 1 ··· 47 48 49 5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