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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시우리 그 길에서

by 길철현 2016. 3. 8.

 

시우리 그 길에서

 

이 길의 주인은 풍경이다

가을을 두드리는 비가

젖은 논이며, 집이며, 나무와 먼 산을

다시 적시고

내 싸구려 우산을 뚫고 들어와 나를 적시고

소리로 가득 찬 적막을 나는 걸어간다

풍경이 주인인 이 시골길을 걸어간다

슬픔은 지나갔어도

슬픔의 기억은 떠날 줄 모르고

우산을 뚫고 적시는 이 비처럼

나를 자꾸만 허우적거리게 한다

논두렁을 따라 난 이 좁은 길은

어디쯤에서 끝이 나는가

그래,

이 길이 끝나는 곳까지만 슬퍼하자

끊어질 듯 끊어질 듯 길은 이어지고

빗줄기는 자꾸만 굵어져 가고

도랑물은 와랑와랑 울어 젖히고

그때,

길의 끝을 알리는 신호탄인 듯

환영인 듯

빗속을 떨치고 날아오르는 새 한 마리

 

빗속을 떨치고

날아오르는

한 마리

 

*시우리는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050831)

                                                      (101011)

                                                      (14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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