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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너, 침묵 혹은 부재

by 길철현 2016. 3. 8.


, 침묵 혹은 부재

 

 

술 취한 발걸음은 자동인형처럼 너에게로 향하지만 이 걸음이 마침표를 찍는 곳엔 어두운 침묵만이 휑뎅그레 놓여 있을 뿐이라는 걸 도돌이표로 익힌 한 걸음 한 걸음 수렁처럼 무겁고

봇물 터진 울음마저 네 발가락 하나 적시지 못하는

바라보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삶을 어떻게 견디나

욕망이 거덜나는 그곳에서 사랑은 비로소 옆모습이나마 드러내는가

너의 침묵은 안팎을 분간할 수 없는 시커먼 수렁, 무엇이든 삼키기만 할 뿐 허튼 잠꼬대 하나 뱉어낼 줄 모르는

 

술 취한 발걸음은 자동인형처럼 너에게 너에게로 향하지만

이 걸음은 더 이상 너를 기억하지 못한다

(04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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