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천리에서
강물은 호수보다 더욱 잔잔하고
가을 햇살 또한 차가운 듯 따사합니다
노랗게 붉게 물든 산 중턱
어디선가 들려오는 까마귀 소리도
강 건너 아득한 개 짖는 소리도
웬일인지 정겹게 들립니다
햇살이 물 위에 어룽져
무수한 은빛 비늘을 뒤척이는 모습이
여느 때보다 눈을 황홀하게 합니다
곁에 아무도 없어 쓸쓸하고 적막한
하염없이 평온한 이 광경을
바라보기만 해도 완성되는 한 편의 산수화를
하루 왼종일 다른 생각 다 버리고
마냥 들이킬 수도 있을 듯합니다
달랠 수 없는 핏빛 눈물 하나도
여기, 이 깊어가는 가을의 투명함 속에 풀어버리고 싶습니다
한가로이 강 위를 나는
이름 모르는 한 쌍의 새가 차라리 부럽더라도
수첩에 적어나간 몇 글자로 외로움을 달래야 한다면
그것이 나의 길이라면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누렇게 시든 나뭇잎 하나
바람의 칼날에 몸을 뒤틀다 떨어져 내리며
머지않은 겨울을 경고 하는데
잡목 수풀 어디선가 불쑥
작은 노랑나비 한 마리가
나풀나풀
다시금 내 눈을 황홀케 합니다
*관천리는 북한강과 홍천강이 만나는 곳에 있는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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