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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관천리에서

by 길철현 2016. 3. 8.

 

관천리에서

 

 

 

강물은 호수보다 더욱 잔잔하고

가을 햇살 또한 차가운 듯 따사합니다

노랗게 붉게 물든 산 중턱

어디선가 들려오는 까마귀 소리도

강 건너 아득한 개 짖는 소리도

웬일인지 정겹게 들립니다

햇살이 물 위에 어룽져

무수한 은빛 비늘을 뒤척이는 모습이

여느 때보다 눈을 황홀하게 합니다

곁에 아무도 없어 쓸쓸하고 적막한

하염없이 평온한 이 광경을

바라보기만 해도 완성되는 한 편의 산수화를

하루 왼종일 다른 생각 다 버리고

마냥 들이킬 수도 있을 듯합니다

달랠 수 없는 핏빛 눈물 하나도

여기, 이 깊어가는 가을의 투명함 속에 풀어버리고 싶습니다

한가로이 강 위를 나는

이름 모르는 한 쌍의 새가 차라리 부럽더라도

수첩에 적어나간 몇 글자로 외로움을 달래야 한다면

그것이 나의 길이라면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누렇게 시든 나뭇잎 하나

바람의 칼날에 몸을 뒤틀다 떨어져 내리며

머지않은 겨울을 경고 하는데

잡목 수풀 어디선가 불쑥

작은 노랑나비 한 마리가

나풀나풀

다시금 내 눈을 황홀케 합니다

 

 

*관천리는 북한강과 홍천강이 만나는 곳에 있는 마을이다.

 

                                              (141110)

                                              (16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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