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 및 감상/이영광9 이영광 - 떵떵거리는 아버지 세상 뜨시고 몇 달 뒤에 형이 죽었다 천둥 벼락도 불안 우울도 없이 전화벨이 몇 번씩 울었다 아버지가, 캄캄한 형을 데려갔다고들 했다 깊고 맑고 늙은 마을의 까막눈들이 똑똑히 보았다는 듯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다른 손을 빌려서 아버지는 묻고 형은 태웠다 사람이 떠나자 죽음이 생명처럼 찾아왔다 뭍에 끌려나와서도 살아 파닥이는 은빛 생선들 바람 지나간 벚나무 아래 고요히 숨쉬는 흰꽃잎들 나의 죽음은 백주 대낮의 백주 대낮 같은 번뜩이는 그늘이었다 나는 그들이 검은 기억 속으로 파고 들어와 끝내 무너지지 않는 집을 짓고 떵떵거리며 살기 위해 아주 멀리 떠나 버린 것이라 생각한다 2023. 6. 11. 이영광 - 우물 우물은, 동네 사람들 얼굴을 죄다 기억하고 있다 우물이 있던 자리 우물이 있는 자리 나는 우물 밑에서 올려다보는 얼굴들을 죄다, 기억하고 있다 (2010) 2023. 4. 27. 이영광 - 유령 3 朝刊은 訃音 같다 사람이 자꾸 죽는다 사람이 아니라고 여겨서 죽였을 것이다 사람입니다, 밝히지 못하고 죽었을 것이다 죽이고 싶었다고…… 죽였을 것이다 죽이고 싶었지만…… 죽였을 것이다 죽이고 싶었는데…… 죽였을 것이다 죽은 사람은, 죽을 것처럼 哀悼해야 할 텐데 죽인 자는 여전히 얼굴을 벗지 않고 心臟을 꺼내놓지 않는다 여전히 拉致 中이고 暴行 中이고 鎭壓 中이다 計劃的으로 卽興的으로 合法的으로 사람이 죽어간다 戰鬪的으로 錯亂的으로 窮極的으로, 사람이 죽어간다 아, 決死的으로 總體的으로 電擊的으로 죽은 것들이, 죽지 않는다 죽은 자는 여전히 失踪 中이고 籠城 中이고 投身 中이다 幽靈이 떠다니는 玄關들, 朝刊은 訃音 같다 2023. 4. 24. 사월 -- 이영광 아지랑이는 끝없는 나라 꽃상여는 끝없는 집 길은 끝없는 노래 바람은 끝없는 몸 햇빛은 끝없는 그늘 나는 끝없는 눈 끝없는 꿈. 논둑길 걸어오는 옛날 옛날의. 어머니는 끝없는 사람 오 - 끝없는 사람 2022. 6. 5.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