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ce [2015년]
이 작품은 일단 두 가지 측면이 부각된다. 첫 번째는 콘래드의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말로를 다시 화자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그리고 콘래드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영국인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생각해 볼 점이다.
이 작품의 전체적인 틀은 화자인 말로와 주로 청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나’(독자를 대변하기도 하는)의 대화이다. 그렇긴 하지만 이 긴 작품을 일관된 형식으로 써나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노릇이며 그래서 그 형식은 항상 붕괴의 위협을 안고 진행된다. 어떤 경우에는 거의 그 선을 넘은 경우도 엿보인다. 프레드릭 칼의 말을 빌면 콘래드가 이 작품을 굉장히 ‘정교’하게 진행시키고 있다고 하는데, 그 말을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별 알맹이가 없는 이야기에 굉장한 치장을 하려했다는 말도 될 수 있다.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여자, 그 여자를 품으려는 고독한 남자, 이 두 사람의 관계를 허용하지 못하는 여자의 아버지. 이 주제는 콘래드의 일생을 관통하는 것이고, 첫 작품인 Almayer's Folly에서는 결국 올메이어가 딸 니나를 보내는 것으로 막음이 된 것이, 여기서는 아버지 De Barral과 Anthony의 죽음. 그리고 그 여자 Flora가 Powell이라는 동년배의 남자와 결합에 이르게 된다. 콘래드는 이러한 상황의 전개에 필연성과 함께 우연적인 요소들이 좌지우지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이 작품을 좀 더 추찰해보아야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겠으나, 현재의 전체적인 인상은 말로가 이 작품에서 소외된 혹은 너무 멀리 떨어져서 관조하는 그런 느낌을 준다는 것(Heart of Darkness의 말로도 아니고, Lord Jim에서의 말로로부터도 멀어진 느낌), 실제 이야기가 빈약하다는 느낌, 그에 비해 서사는 너무 복잡하다는 것(그래서 너무 화장을 많이 한 느낌), 그렇지만 이 내용들이 콘래드의 어린 시절의 불행한 경험과 맞물며 콘래드 자신의 원체험을 재현?해 내고 있다는, 정신분석적 견지에서 보자면 오이디푸스의 힘겨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 등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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