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그리트 뒤라스. 연인. 김인환. 민음사 [141206]
순천향 대 강의를 마치고 전철을 타고 올라오는 길에 거의 다 읽었다. 이 책은 그러니까 지하철에서 다 읽은 셈이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는 문체에다 길지도 않아서 손쉽게 다 읽었다.
이 작품은 거의 자전적인 그런 작품이다. (이 작품을 나는 영화로 먼저 접했다. 상당히 야했던 이 작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상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오래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다. 극장에서 한 번, 그리고 집에서 비디오로 한두 번은 보았다.)
작품의 핵심에는 열다섯 살 어린 서양 소녀와 나(무명의)와 스물일곱 중국인인 그(역시 무명의)의 사랑이 자리 잡고 있는데, 그녀의 그런 궤적의 배경에는 어머니와 두 오빠로 이루어진 가족의 문제가 크게 그녀를 뒤흔든다. 그녀가 중국 남자에게 이끌린 것은 우선적으로는 그의 경제적인 힘이겠으나, 그 이면에는 지속적으로 아버지의 죽음에 따른 ‘근원적 상실감’이 작용하고 있다. 죽은 아버지는 물론 이 작품에서 전혀 등장하고 있지 않다. 그것은 오히려 두 오빠의 모습에서 드러난다고 할 수 있으리라. 어머니의 전적인 사랑을 받고 있으나, 아편과 도박, 그리고 도둑질에 물든 큰오빠에 대한 그녀의 복잡한 감정, 그리고 전쟁터에서 결국 죽고만 작은오빠를 향한 엄청난 사랑 등은 뒤라스 혹은 작품 속 나(그녀)의 ‘아버지를 향한 감정’의 전이 형태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작품이 독자에게 주는 흥미나 감동, 또는 시적인 문체 등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이 가지만, 그것을 너머 더 먼 곳까지 나아갔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다. 잘 쓴 글. 포스트모던 적인 면.
[지금 머리에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이 작품과 David Hwang의 [M. Butterfly]와의 대조이다. 서양 남성과 동양 여성의 사랑이야기. 그리고 버림받는 동양의 여성이라는 ‘신비화된 동양에 대한 신화,’ 그 원형을 푸치니의 [마담 버터플라이]에서 찾을 수 있고, 황의 작품이 그것을 전복적으로 보여준다면, 이 작품은 부유한 동양인과 가난한 서양 여성이라는 역전된 관계를 보여줌과 동시에 그것을 넘어서서 정신분석적인 사고가 많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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