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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여는 말

부딪히는 욕망들

by 길철현 2017. 1. 16.


인간 행동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근본적인 기준은 무엇인가? 이 문제는 철학적으로는 윤리학이 될 것이고, 법학에서는 법 조문이 될 것이고,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는 약간의 유보는 있겠지만 실용적인 측면이 강조될 것이다. 


하지만 인간 사회가 제시하는 선악의 기준을 조금이라도 곱씹어 본다면 그 근거가 대단히 취약할 뿐만 아니라, 나의 행복 혹은 욕망의 추구를 가로막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간이 공동 생활을 한다는 것은 개개인이 자신의 욕망을 무한히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 인간 사회에서 자신의 욕망의 추구가 무한에 가깝게 허용되는 경우는 전제 군주라고 할 수 있는가? 그에게도 수많은 제약이 있는가 - 자신의 욕망을 억제하고 때로는 승화시키면서, 그 대신에 개인은 자연이든 아니면 외부의 적이든 위협이로부터 자신의 목숨에 대한 '안전'을 어느 정도 보장받는다.


인간이 자신의 안전을 위해 욕망의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어느 정도의 불만족은 남는다. 흔히 하는 말로 사회화가 잘 된 사람은 사회적 규약을 자신의 내면에 내재화한 사람이라고 한다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개인적 욕망이 강하다고 해야 할까-은 대체로 반사회적 인물로 낙인이 찍혀 사회적으로 추방되어 감옥이나 병원 신세를 지게 된다. 혁명이라고 불리는 드문 경우 기존의 사회적 패러다임을 뒤집어 엎고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 자신을 놓는 것에 성공하기도 한다.


프로이트 - 누군가가 나에게 제발 프로이트 이야기 좀 하지 말라고 그랬는데, 조금 아는 것이 프로이트밖에 없으니(이 부분도 정확히 간파당했는데) 프로이트를 빼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오히려 위선이리라 - 는 인간에 대해 대체로 비관적인 전망을 지녔는데 - 두 차례의 큰 전쟁을 겪었으니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이상하리라 - 그의 기대 수준이 너무 높았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사회적 제약 속에서 혹은 그것을 뛰어 넘어 개인적 욕망을 실현한다는 것은 난제 중의 난제라, 사회의 제약을 철저히 내면화하고 사는 것이 편하겠지만, 그것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있다.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한 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와의 갈등을 최소화하려면 사회를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바꾸는 것일 터인데 내 힘은 너무나도 미약하다(하지만 인정할 수 없다. 부딪히다, 피 흘리다 쓰러지더라도 싸울 부분은 싸워야 한다. 물론 허깨비와 싸우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정말 제대로 싸우고 있는지를 검토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도 쉬운 노릇은 아니다).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내가 가입한 카페들에 내 블로그의 링크를 거는 것에서도 욕망들이나 규정 등이 부딪힌다. 내가 바라는 것이 없다면 - 그렇다면 애초에 글을 올릴 필요도 없으리라 - 아니 글을 읽는 독자들을 배려한다면, 분명 본문을 그냥 올리는 것이 맞다. 후배 중의 한 명은 나에게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고 다른 사람도 그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렇다면 나는 왜 굳이 링크를 거는가? 그것은 내 블로그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주었으면 하는 다소 유치한 욕망이다(아무리 유치하다고 해도 타인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자 하는 욕망의 강도는 의외로 강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 밖에도 글을 한 곳에만 올리는 것이 아니다 보니 수정을 해야 하거나 할 때 상당히 번거롭다.


윤리의 기준에서 볼 때 사소하지만 링크를 거는 것은 잘못 쪽에 가까울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잘못일 지라도 나는 욕망을 따르는 선택을 과감히 했다. 


오늘 아침에 가슴이 너무나도 답답해서 거리를 걷다가 고함을 지르고 말았다.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참고 살아봤자 삶은 점점 꼬이기만 하고, 가슴 속엔 두려움만 쌓이고, 그럴 바엔 차라리 미친 놈 소리 한 번 듣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던가? 하지만 텅 빈 골목 길에서 내 고함 소리는 너무나도 쉽사리 소멸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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