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뭔가를 안다 혹은 모른다, 라고 하는 것은 보기보다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현실 속에서 살고 있고, 보통 정신병(증)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비치는데 - 이러한 문제를 잘 다룬 영화로든 마틴 스코세시(Martin Scorsese, 이 사람의 이름은 발음이 어렵다. 위키피디어를 보니까 텔레비전에 출연했을 때 본인은 이런 식으로 발음을 했다고 한다. 물론 우리말 발음과 영어 발음이 달라서 어떻게 적어도 오차는 있다) 감독의 [셔터 아일랜드]나 박찬욱 감독의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등이 있다 - 그 사람들에게는 사실 그 상황이 현실인 것이다(꼭 일치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다음과 같은 말에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상상적인 것은 '객관적인' 결과를 낳는 '사실적인' 힘이다. 홍준기. [라깡의 재탄생] 38).
마음이 너무나도 답답하여(고통스럽고 혼란스럽다는 말이 좀 더 적절할 듯) 2009년[기록을 찾아보니 기억과는 달리 2008년 11월 13일이 첫 상담이었다] 정신분석적 치료(상담)를 시작한 첫 시간에 의사 선생님은 '정신분석이(혹은 정신분석적 치료가) 마음을 알아나가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했다. 나는 주 2회 상담을 시작하여 2009년 12월 31일에 일차적으로 종결을 했다. 그러다가 그 다음 해 4월에 불안감이 걷잡을 수 없이 밀려와 주 1회 상담을 - 경제적인 문제와 시간적 제약 때문에 - 2015년 5월까지 받고 재차 종결을 했다.
녹음을 하고 싶었으나 - 이것은 나의 특이성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는데 지금 생각으로는 증거를 확보해 둠으로써 억울한 일을 당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나 한다 - 선생님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담을 마친 뒤에 나는 상담 내용을 일지 형식으로 계속 적어나가기도 했다. 당연하게도 내 말은 쉽게 기억이 되었으나 선생님의 말은 잘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상담 당시에 느꼈던 온갖 감정들과 이야기들,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끊임 없이 반복하고 있다는 생각,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 그 와중에 찾아왔던 불안 발작(정말 경악의 감정이라고 부를만한) 그 모든 것이 크게크게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A4 용지로 200페이지에 달하는 그 일지 - 상담 후반부로 올 수록 게을러져서 제대로 적지 않았다 -를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기도 하다.
처음 글을 쓸 때의 의도는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 적다보니 이렇게 되고 말았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내 상담은 어린시절의 한 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돌고 있었고, 나는 그 사건을 온전히 받아들이지도 또 그렇다고 완전히 망각 속에 파묻지도 못하고, 그 사건의 당사자와 나 자신과 세상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만 키워왔고 그것이 나를 너무나도 힘들게 했다, 는 쪽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한 나의 생각이 맞는가, 혹은 짜맞춘 것인가? 라고 했을 때, 옳든 그르든 그 문제에 대한 판단은 거의 전적으로 나의 몫이고,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문제에 무기력하게 휘둘리지 않고 얼마나 건강하고 또 얼마나 행복하게 살수 있는가, 일 것이다. 이런들 저른들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 라는 목소리가 한 쪽에서 들려오지만, 아무리 그러한 나쁘게 보면 허무요 좋게 보면 초월이 일리가 없지 않다 하더라도, 우리 앞에 펼쳐지는 하나하나의 일에서는 그러한 목소리가 위력을 잘 발휘하지 못한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 운명을 두 눈 바로 뜨고 수용하겠다는 생각, 다시 말해 정신과 눈이 흐려지지 않는 동안에는 그래도 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