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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여는 말

걷잡을 수 없이

by 길철현 2017. 2. 18.


걷잡을 수 없이


문득 문득

걷잡을 수 없이

울음이 터져 나온다

엄마의 손을 놓쳐 버린 아기처럼


날아든 포탄에 말을 잃어버린 아이,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린 가운데 배만 뽈록 튀어나온 아이,

뒤집혀진 차 안에서 피투성이로 신음하는 남자 혹은 여자,

희귀질환으로 생을 꽃피우지도 못하고 사라져 간.


세상의 온갖 불행이 몸 안에서 소용돌이친다


쾌락의 절정에도 우리는 죽음을 떠나지 못하고

아니 오히려 그 순간 죽음의 얼굴을 만지고


살만큼 살았으니 이제 아무 미련이 없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소한 불행의 그림자에도 머리는 깨어지고


답이 없다는 것이 답이라는 체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하루는 이렇게 내일은 저렇게

암중모색을 멈출 수 없고


내 모습이 처량하니 세상 모든 것이 애처롭고

언제나 귀착점은

견공을 욕보이는 육두문자


가만히 돌이켜보면

문제는 문제가 없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문제인


발이 다 해어질 때까지

울음을 울리며 걷는다,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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